경자년 설을 앞두고 정부 고위 관료들의 전통시장 방문이 줄을 잇고 있다. 설 명절을 앞두고 민생과 직결된 물가를 점검하고 민심을 확인한다는 의도다. 그러나 민생 경제를 살리기 위한 획기적인 정책보다 서민을 위한다는 이미지 관리에 열을 올린다는 지적도 있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취임 나흘 만인 18일 서울 중랑구 우림골목시장을 찾았다. 우림골목시장은 2002년 김대중 전 대통령 방문을 계기로 전통시장 현대화 사업의 상징이 된 곳이기도 하다. 정 총리는 이날 설 성수품 물가를 점검하는 한편 과일을 구입하고 떡을 시식했다.
이에 앞서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16일 전북 군산의 역전종합시장을 찾아 장보기 행사를 진행했고, 같은 날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도 서울 강동구 암사종합시장에서 동네시장 장보기행사를 열고 설 소비 현황을 점검했다.
20일 조명래 환경부 장관과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각각 세종전통시장과 충남 공주시 공주산성시장을 찾아 사회복지시설에 전달할 위문품을 구매했다.
총리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외에 교육부와 환경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서민 경제 정책과 관계가 먼 부처의 장관들이 잇따라 재래시장을 찾아 물건을 구입하거나 음식을 먹고, 상인들과 악수를 나누는 장면은 왠지 낯설다.
평소 시간을 내기 어려운 장관들이 명절 때만이라도 민생탐방을 하는 것도 의미가 없지 않으나 총선을 앞둔 시점인 만큼 범정부적으로 명절 민심 단속에 나선 것 아니냐는 시각 또한 적지 않다.
사진 찍으러 재래시장에 가는 일은 정치인들에게 맡기고 관료는 서민 경제 살리는 정책 수립에 전념해야 하지 않을까.
홍인기 기자 hongi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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