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한 폐렴’으로 불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에 대한 확산 우려가 국내에서도 커지는 가운데 설 연휴가 시작됐다. 사람과 사람간 전염이 가능한 데다 연휴 기간 ‘민족의 대이동’이 벌어지는 만큼 보건당국은 24시간 비상방역체계 가동에 들어갔다.
특히, 해외 여행객이 드나드는 공항과 항구 등에선 이미 연휴 전부터 방역과의 전쟁이 시작됐다. 중국이 춘절 연휴 시작(24일) 전 바이러스의 발원지인 우한시에 대해 사실상 ‘봉쇄령’을 내렸지만 이미 이전에 빠져 나온 잠재적 감염자가 국내에 입국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질병관리본부 인천공항 국립검역소 소속 검역관들은 입국장에 설치된 열화상 화면을 통해 쏟아져 들어 오는 여행객들의 체온을 일일이 확인하느라 눈이 빠질 지경이고, 입국심사대로 이어지는 긴 통로에선 인천공항공사의 방역 작업이 반복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그런데 최근 몇 년 사이 명절 연휴를 앞두고 터진 전염병 사태로 인해 보건 및 방역 당국이 진땀을 뺀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
당장 지난해 1월 대구ㆍ경북을 시작으로 전국에서 갑작스럽게 홍역 환자가 폭증하며 보건당국마저 ‘홍역’을 치렀다. 첫 확산은 설 연휴를 한 달여 정도 앞두고 일어났으나 해외 거주민들이 설을 쇠기 위해 귀국하면서 추가 유입이 발생하기도 했다.
2018년 가을에는 추석 연휴를 앞두고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확진자가 발생했다. 역대 최악의 전염병 사태로 전 국민이 공포에 떤 지 3년만의 일이었다. 당시 환자가 확진 전 수백 명과 접촉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악몽이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컸다. 다행히 추석을 일주일 앞두고 확진자는 완치 판정을 받았으나 연휴 첫 날 메르스 의심환자가 입국하는 등 당시 보건 당국은 연휴 내내 긴장의 끈을 놓지 못했다.
2016년 설 때는 연휴 시작 5일 전 세계보건기구(WHO)가 ‘지카바이러스’에 대해 국제 공중보건 비상사태(PHEIC)를 선포했다. 지카 바이러스의 치사율이 상대적으로 낮고, 국내에는 전파되지 않은 상황이었던 만큼 메르스에 비해 파장은 적었다. 그러나 보건 당국으로선 연휴를 앞둔 전염병의 발병 소식에 비상 근무 체계를 가동해야 했다.
사람에게 전파되는 전염병도 문제지만 역대 명절 기간 구제역과 같은 동물 전염병이 창궐한 경우 충격과 후유증이 훨씬 컸다.
전국적으로 최악의 구제역 사태가 일어난 2011년 설 연휴 즈음에는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조류독감(AI)까지 터져 방역 당국은 물론 지자체와 축산 농가 등에 비상이 걸렸다. 당시 구제역 확산을 막기 위해 고향집이나 이웃의 축사 방문은 물론이고 아예 귀성 자체를 미루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농촌에 거주하는 부모들이 서울로 올라오는 ‘역귀성’ 현상도 두드러지게 늘었다.
지난해에도 설 연휴 직전 구제역 확진 농가가 나왔고, 2009년과 2014년에는 조류독감이 전국을 강타했다.
이한호 기자 han@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