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곤 날뫼북춤보존회장 “심장 터질 듯한 북소리, 세계화할 것”
“심장이 터질 듯 울려 퍼지는 대한민국 전통북의 매력을 전세계에 알려야죠.” 윤종곤(58) 대구 날뵈북춤보존회장은 우리나라 전통북의 세계화를 위해 전력을 다하겠다고 피력했다. 날뫼북춤이 올해 동유럽인들을 만나는 계획을 밝히면서다. 6월 슬로바키아와 체코가 공연 대상지다. 두 나라에서 열리는 민속축제에 초대받아서 간다.
날뫼북춤에서 날뫼는 글자 그대로 하늘을 날아온 산이다. 현재 달성토성(달성공원)이 있는 대구 서구 비산(飛山·날뫼)동 일대에서 전승되고 있다. 비산농악과 함께 이 지역의 대표적인 토속춤이다. 어진 원님이 정사를 돌보다 순직하자 백성들이 추모하기 위해 봄ㆍ가을에 제사를 지냈는데, 원님의 혼령을 달래기 위해 북을 울리면서 춘 춤에서 시작했다는 등의 설이 있다. 1953년 조직된 비산농악이 그 모태다.
날뫼북춤이 널리 알려진 것은 1983년 제24회 전국민속예술경연대회에서 문화공보부장관상을 수상하면서부터다. 그 이전까지는 주민들끼리 마을에 큰 일이 있거나 명절날 모여 흥겹게 춤을 추곤 했다. 이듬해 대구시 무형문화재 제2호로 지정됐다. 1987년 날뫼북춤연구원이 조직됐다.
이때부터 날뫼북춤은 날개를 달았다. 1998년 김대중 대통령 취임식 축하 행사에 대구 대표로 참석했다. 2013년 멕시코 샤카데카스 전통민속공연, 2018년 헝가리 부다페스트 국제민속축제 등 해마다 해외 초청공연을 펼치고 있다.
제1대 예능보유자 김수배씨에 이어, 윤 회장은 제2대 예능보유자다. 그는 “유럽, 남미, 아시아 등 전세계를 다니며 한국과 날뫼북춤을 알리고 있다”며 “공연 후 기립박수나 온몸에 전율이 흘렀다는 찬사를 받을 때면 우리 전통 음악과 춤이 인정받는 모습에 뿌듯하다”고 말했다.
날뫼북춤은 그 뿌리가 비산농악이지만 북 하나만 사용하는 춤이다. 장고나 징은 단순히 반주를 위해 간간히 쓸 뿐이다. 문화재 지정상 편성은 15명(쇠1, 북12, 장고1, 징1)이지만 인원제한이 없다. 한 명이 출 수도, 수백 명이 함께할 수도 있다. 1992년 대구에서 열린 제73회 전국체전에선 480여 명이 날뫼북춤을 선보여 장관을 연출했다.
윤 회장은 “북은 동작은 현란하지만 장단은 단순한 악기로, 우직한 경상도 기질과 딱 맞아 떨어지는 악기다”며 “북이 울리는 소리는 심장고동 소리와 유사해 치는 것만으로도 피를 끓게 하고, 기운을 넘치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고 설명했다.
윤 회장이 날뫼북춤과 인연을 맺은 건 1987년. 대구 달성군 하빈면 출생으로, 시골에서 나고 자란 그에게 농악은 익숙했다. 어른들이 쉴 때 악기를 두드리다 혼이 난 적도 많다. 군복무 후 제1대 예능보유자 김수배씨를 제 발로 찾아갔다.
그는 날뫼북춤에 미친 사나이다. 북춤을 위해 직업도 바꿨다. 연습시간을 내려고 잘 다니던 액자공장도 그만뒀다. 1992년부터 7년간 시내버스 운전사를 하며 전수관으로 달려가 북채를 잡았다. 1999년엔 아예 직장을 그만두고 날뫼북춤 전승에 올인했다.
윤 회장은 “전국에서 날뫼북춤을 배우려는 사람이 찾아오고, 정단원 40명에 배우려는 회원까지 60명이 넘는 조직이지만 모두 50대 이상이라 걱정”이라며 전승자 확보와 세계화에 주력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윤희정 기자 yoo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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