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에 ‘신설 합당’ 제안… 황교안, 원론적 입장
“좌파 폭정 막는 모멘텀 만들어야”
유승민 새로운보수당 보수재건위원장이 9일 자유한국당을 향해 ‘신설 합당 추진’을 전격 제안했다. 총선 불출마라는 배수진까지 쳤다. 지지부진하던 보수통합 논의의 변곡점이 될 전망이다. 다만 유 위원장이 제시한 신설 합당과 개혁 공천의 조건에 친박(근혜)계와 친이(명박)계까지 반발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통합까지의 길이 순탄치만은 않을 전망이다.
유 위원장이 이날 언급한 ‘신설 합당’부터 조정이 필요하다. 이는 한국당 중심의 통합신당준비위원회(통준위)가 추진 중인 통합 방식과 100% 일치하지 않기 때문이다. 유 위원장이 제안한 신설 합당은 새보수당과 한국당의 당 대 당 통합에 방점이 찍혀 있다. 반면 통준위는 4개 정당과 400여개 범보수 시민단체와의 통합을 목표로 하고 있다. 다만 양당 관계자들은 유 위원장의 제안을 계기로 양측의 차이를 수렴할 수 있다는 반응이다. 새보수당 관계자는 이날 “그간의 양당협의체 논의의 연장선상에서 수임기구를 선정한 뒤, 한국당과 동등하게 합당을 논의할 것”이라며 “이와 함께 통준위는 큰 그림을 그리는 투트랙으로 가게 될 것”이라고 했다. 한국당 반응도 부정적이진 않다. 한국당의 한 관계자는“통준위에서도 이미 흡수합당이 아닌 신설합당으로 가자는 결론을 내렸기 때문에 유 위원장 제안을 당연히 받아들인다”고 했다.
더 중요한 관건은 유 위원장이 강조한 ‘개혁 공천’을 녹여낼 수 있는지 여부다. 유 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오로지 개혁 보수를 이룰 공천이 되기를 희망할 뿐”이라면서 “도로친박당이나 도로친이당이 될지 모른다는 국민 우려를 말끔히 떨쳐버리는 공정한 공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당 내부의 친박계는 물론 우리공화당 등 외부의 친박 세력과 일부 친이계까지 공천에서 배제해야 한다는 일종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이다.
이런 간극은 결국 유 위원장과 황교안 한국당 대표의 담판을 통해 최종 정리가 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그 전에 황 대표가 유 위원장의 제안에 반발하는 한국당 내부와 외부의 보수 세력까지 설득할 수 있느냐가 중요해졌다. 황 대표는 이날 유 위원장의 제안에 “자유우파가 힘을 합해서 문재인 정권의 좌파 폭정을 막아내는 그런 모멘텀을 만들어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면서 “(유 위원장의 제안이) 좋은 계기가 되리라 생각한다”고 원론적 입장만을 밝혔다. 유 위원장과의 회동에 대해서도 “논의가 있을 것”이라며 “연락을 하고 있다”고만 했다.
총선 불출마로 승부수를 던진 유 위원장의 향후 행보도 관심이다. 유 위원장 측 관계자는 이날“유 위원장은 신당이 어떤 모습으로 만들어질지를 지켜보며 향후 정치적 행보를 결정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신설 합당이 성공적으로 출범하면 당장 4월 총선에서 공동선대위원장 등으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얘기다. 다만 정치권 안팎에서는 유 위원장의 불출마 결심이 2022년 대선까지 염두에 둔 그림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정승임 기자 choni@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