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우리나라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년 만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하위권으로 하락했다. 통화 유통속도 하락률도 OECD 최하위를 기록했고,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 코로나)까지 겹치면서 올해 물가상승률은 더욱 낮아질 것으로 예측된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OECD 통계 집계 이후 최저인 0.4%에 그치며 36개 회원국 가운데 33위를 나타냈다. 한국보다 물가 상승률이 낮은 곳은 그리스(0.2%)와 포르투갈(0.3%)뿐이다. 스위스(0.4%)는 스위스프랑 가치 절상에 물가 상승률이 한국과 같았다. 90년대에 장기간 디플레이션을 겪은 일본(0.5%)은 한국보다 높았다.
우리나라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017년 1.9%로 15위권이었다. 하지만 2018년부터 1.5%로 낮아지며 26위로 밀려났고, 작년에는 최하위권으로 떨어졌다. 민간 경제의 물가상승 압력을 보여주는 OECD 기준 근원물가(식료품ㆍ에너지제외지수) 상승률도 낮아졌다. 한국은 2017년 근원물가 상승률이 1.7%로 OECD 회원국 가운데 13번째로 높았다. 그러나 2018년에는 1.2%로 꺾이며 19위로 밀렸고, 지난해에는 0.7%까지 낮아지며 29위가 됐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세계은행(WB) 통계를 기초로 분석 데이터가 있는 OECD 16개국의 2018년 총통화 유통속도 증감률을 산출한 결과 우리나라의 하락률은 -3.5%로 16개국 중 가장 폭이 컸다. 총통화 유통속도는 GDP 1% 증가시 1.3%, 소비자 물가상승률 1%포인트 상승시 0.8% 증가하며, CD금리가 전년보다 1%포인트 높아질 경우에는 2.2% 둔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총통화(M2)가 1% 증가하면 유통속도는 0.96% 하락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전문가들은 올해 1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5%로 반등했지만, 신종코로나에 국내 소비가 줄어 물가 상승률이 다시 낮아질 수 있다고 예상한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신종코로나 확산이 중국 내 집중되는 데 그칠 경우 한국의 국내소비는 0.1%포인트 감소하지만, 한국에서도 추가로 퍼질 경우 0.3∼0.4%포인트 줄어들 수 있다고 봤다.
지난 1월 한국은행 기준금리 결정 회의에서도 가파르게 하락하는 물가 상승률에 대한 지적이 나왔다. 의사록을 보면 한 금통위원은 “수년간 이어진 기조적인 물가 상승률의 하락 추세가 반전될 것으로 기대하기 쉽지 않다”며 “만일 근원물가 상승률이 더 둔화할 경우 상대적으로 작은 충격에도 디플레이션 우려가 확대될 수 있다”고 밝혔다.
류종은 기자 rje31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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