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 간담회서 성추행 피해 언급한 최영미 시인
“백본에서 성추행 당했다고 했을 뿐인데 허위사실 유포”
과거 성추행 피해를 고발한 최영미(59) 시인이 “일부 기자들이 허위사실을 유포하고 있다. 사실과 다르니 해당 기사를 내리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최 시인은 13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저는 백본에서 일하기는 했지만 백기완 선생님을 개인적으로 알지 못하며 성추행을 당한 일도 없다”고 밝혔다.
최 시인은 “지난 11일 시집 ‘돼지들에게’ 출간 기자간담회에 참석하지도 않은 일부 매체가 ‘최영미가 백기완 선생을 성추행자로 지목’했다는 등 허위사실을 유포하고 있다”며 해당 기사를 즉각 내려달라고 요청했다.
그는 “기자간담회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며 과거에 제가 당했던 성추행 사례들을 언급했다”며 “1987년 백기완민중후보선거운동본부(백본)에서 제가 당한 성추행, 선거철에 낮에는 일하고 밤에 모여 늦게까지 토론하다 여럿이 이십여 명이 한방에 켜켜이 누워 잘 때 성추행을 당한 적 있다, 성폭력 피해자가 나 말고도 또 있었다는 말을 한 것은 사실”이라고 확인시켰다.
다만 그는 “간담회 후에 나온 보도에서 (그날 오지도 않은 기자들이 다른 언론사 기사를 마구 베끼며 일이 더 커졌다) 백본이 마치 성폭력의 소굴인 양 뉘앙스를 풍기는 기사들이 나왔고, 그 밑에 달린 댓글에서 운동권 전체를 성추행집단으로 매도하는 글들을 보며 참담했다”고 토로했다.
최 시인은 “제 발언이 (왜곡돼 전해져) 좌파 운동권, 특히 87년 대선 당시에 순수한 열정으로 백본에 참여했던 많은 활동가들을 매도하는 빌미를 제공한 데 대해 깊이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또 성추행 의혹을 받게 된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 소장에게도 사과의 뜻을 전했다. 최 시인은 “의도하지는 않았으나 (언론의 생리에 둔감한) 저의 부적절한 발언으로 백기완 선생님의 이름이 ‘성추행’과 함께 언급돼 선생님의 명예를 손상하고, 그분의 가족들에게 심각한 정신적 고통을 주었다”며 “깊이 사죄드리며 용서를 구한다”고 전했다.
최 시인은 지난 2017년 12월 계간지 ‘황해문화’에서 시 ‘괴물’을 통해 고은 시인의 성추행을 폭로하며 문화예술계 미투 운동 중심에 섰다. 이후 고 시인으로부터 명예훼손 소송을 당했지만, 지난해 11월 2심 재판부가 최 시인의 폭로 내용이 사실이라고 판단한 1심 판결을 정당하다고 판단하고 고 시인이 상고를 포기하면서 법정 다툼이 마무리됐다.
이정은 기자 4tmr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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