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영 활동가, 2020차별금지법제정연대 기획 강연회에서
“숙명여대 트랜스젠더학생 A씨의 입학 포기는 한 사람을 그가 살아가야 할 사회와 관계의 장에서 몰아냈던 일이었다.”
지난 13일 저녁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교육회관에서 2020차별금지법제정연대와 여성문화이론연구소 기획으로 열린 ‘여성 범주를 둘러싼 긴장과 갈등에서 차별을 질문하기’ 강의에 발표자로 참여한 나영 성적권리와 재생산정의를 위한 센터 셰어 활동가는 이같이 강조했다.
나영 활동가와 본인이 트랜스젠더 당사자인 박한희 성적지향ㆍ성별정체성(SOGI) 법정책연구회 변호사가 참석한 이날 강의에는 20대부터 장년층까지 80여명이 몰려 트랜스젠더 혐오 선동 전략을 구사하는 급진적 페미니스트 진영을 어떻게 보아야 하는가에 대한 여성계의 고민을 반영했다.
이번 사태를 방관한 숙명여대는 비판의 대상이 됐다. 트랜스젠더 학생에 대한 논란이 거세지는 가운데 학교가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음으로써 차별과 배제를 정당화했다는 게 핵심이다. 나영 활동가는 “학교가 혐오 확산을 방치한 것”이라며 “미국 캘리포니아 교육당국에서는 트랜스젠더 학생이 입학했을 경우에 대한 20여개의 지침을 만들어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교사들을 교육한다”고 설명했다.
2015년 강남의 공중화장실에서 벌어진 살인사건 이후 여성들의 안전에 대한 불안과 공포가 지배적이기 때문에, 단순히 ‘혐오하지 말라’는 구호로는 문제해결이 어렵다는 분석도 나왔다.
박 변호사는 “여성들만의 공간을 지키려는 분리와 배제 속에서는 트랜스젠더뿐 아니라 생물학적ㆍ법적 성별과 성별 표현이 일치하지 않은 여성들 역시도 배제와 폭력을 경험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남자 같은 여자 또한 멸시의 대상이라는 얘기다.
박 변호사는 미국의 사례를 들었다. 2013년 미국 콜로라도주 시민위원회가 6살 트랜스젠더 아이의 여자화장실 이용을 허용한 후 논란이 일면서 각 주에서는 트랜스젠더 여성을 ‘여장을 한 남성’이자 ‘성폭력 가해자’로 보며 지정(법적) 성별에 맞는 화장실을 이용해야 한다는 법들이 속속 발의ㆍ제정됐다. 이 과정에서 트랜스젠더들에 대한 폭력이 이어졌고, 트랜스젠더 뿐만 아니라 머리가 짧은 여성들 역시도 트랜스젠더로 오인 받아 욕설을 듣고 경비원의 제지를 받는 등 피해를 입었다는 것이다.
논의의 장을 확대해 트랜스젠더와 급진적 페미니스트의 대립이라는 이원론을 극복해야 한다는 주문도 나왔다. 나영 활동가는 “‘여자끼리 있지 않으면 위험하다’는 감각이 아니라 ‘누구든, 어떤 공간에서든 서로의 안전을 보장해야 한다’는 감각, ‘모두에게 안전한 공간을 보장하라’는 요구가 확산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소영기자 sosyo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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