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 뛰어든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이 ‘러닝 메이트’로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도ㆍ온건파의 ‘히든 카드’로도 불리는 그가 클린턴 전 장관을 통해 약한 당내 기반을 보완할 경우 진보성향의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과 중도파인 피트 부티지지 전 인디애나주 사우스벤드시장 간 초반 양강 구도에서 상당한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 폭스뉴스와 뉴욕포스트는 15일(현지시간) “블룸버그 전 시장이 클린턴 전 장관을 부통령 후보로 지명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 전 시장도 이날 트위터에 “유능한 여성들이 주변에 있어 지금의 내가 될 수 있었다”는 글을 올려 클린턴 영입설을 뒷받침했다. 폭스뉴스는 “클린턴 전 장관이 정계에 복귀할 뜻을 가지고 있다”고 소식통을 인용해 전했다.
클린턴 전 장관이 블룸버그 캠프에 합류할 경우 파괴력은 상당할 수 있다. 클린턴 전 장관이 2016년 대선후보 경선에서 주류 당권파의 지지로 샌더스 상원의원을 12%포인트 차로 꺾었던 만큼 당내 기반이 약한 블룸버그 전 시장에겐 천군만마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가 본선에서 확보한 선거인단 수는 도널드 트럼프 현 대통령에 비해 적었지만 유권자 투표에선 280만여표를 더 얻었다는 점도 블룸버그 전 시장이 열세인 유색인종과 여성의 지지를 끌어낼 동력이 될 수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대통령을 상대로 본선 경쟁력이 가장 높을 것으로 예상됐던 바이든 전 부통령의 입지가 흔들리면서 경력ㆍ인종ㆍ정책 부분에서 가장 유사한 블룸버그 전 시장에게로 표심이 이동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2016년 대선후보 선출 전당대회 당시 블룸버그 전 시장의 클린턴 전 장관 지지 연설이 “중도층을 흡수하는 시너지 효과를 발휘했다”는 평을 받았던 만큼 블룸버그-클린턴 조합이 현실화할 경우 부티지지 전 시장을 제치고 중도ㆍ온건파의 대표주자로 떠오를 가능성을 점쳐 볼 수 있다.
반면 클린턴 전 장관의 등판이 되레 악재가 될 수도 있다는 지적도 있다. 브래드 배넌 민주당 선거 컨설턴트는 “클린턴이 나설 경우 진보층의 지지를 잃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2016년에 이어 이번에도 샌더스 진영에 합류한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 하원의원이 공개적으로 클린턴 전 장관의 블룸버그 캠프행 가능성을 비난하는 등 당내 신경전과 감정싸움 양상으로 번질 공산도 없지 않다.
김진욱 기자 kimjinu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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