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예하게 갈등을 빚던 타다와 택시업계가 처음 협상 테이블에 앉은 격이랄까요.”
16일 서울 종로구 한 호텔에서 열린 우아한형제들과 소상공인연합회(이하 소공연), 한국외식업중앙회의 상생협약을 지켜본 한 관계자의 말입니다.
배달 애플리케이션(앱)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피해를 본 소상공인들을 지원하기 위해 50억원의 기금을 조성하기로 했습니다. 이 기금은 소상공인들이 대출받은 정책자금 이자를 지원하는 데 사용됩니다.
“신종 코로나 위기를 극복하는 가장 좋은 처방약은 상생”이라는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의 말처럼 민간 기업이 어려운 처지의 소상공인을 돕는 건 뜻깊은 일이죠. 하지만 이번 협약이 신종 코로나 지원 외에 또 다른 의미를 지닌다는 분석이 업계에서 나옵니다. ‘대척점’에 선 소공연과 우아한형제들 간 대화의 물꼬가 트였다는 겁니다.
우아한형제들은 지난해 말 독일 회사 딜리버리히어로에 인수됐습니다. 이로써 딜리버리히어로는 배달의민족을 비롯해 요기요와 배달통까지 국내 배달 앱 1~3위 업체를 모두 거느리게 됐습니다. 이들의 배달 앱 시장점유율이 90%가 훌쩍 넘으니 독점 논란이 불거졌고, 자영업자들 사이에서는 중개수수료 인상 우려가 커졌습니다. 소공연은 기업결합심사를 진행 중인 공정거래위원회에 반대 의견서를 냈고, 회원 42만명을 거느린 외식업중앙회 역시 합병에 반대하는 입장입니다.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대표가 수차례 “수수료 인상은 없을 것”이라 밝혔지만, 소공연은 만에 하나 발생할 수 있는 독과점 폐해에 따른 구체적인 대책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말’뿐인 약속은 믿을 수 없다는 겁니다. 우아한형제들은 난감해 합니다. 수수료를 인상하지 않겠다고 문서로 못 박을 경우 배임 등의 법적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죠.
배달ㆍ택시ㆍ숙박 앱 등으로 대표되는 O2O(Online to Offlineㆍ오프라인을 온라인으로 연결) 서비스는 소상공인과 공생하는 동시에 첨예하게 대립할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O2O 업체 수익모델인 수수료(광고비)가 많아질수록 소상공인들의 불만도 커지기 때문이죠. 그렇다고 정부가 O2O 업체를 지나치게 규제하면 벤처의 설 자리가 좁아집니다. 우아한형제들과 소공연 사이에서 ‘중개자’를 자처하는 박 장관이 “소상공인의 권익 보호도 중요하지만 벤처 생태계를 위축시켜서는 안 된다”고 말하는 것도 그래서입니다.
복잡하게 얽힌 실타래를 푸는 건 쉽지 않을 겁니다. 최승재 소공연 회장은 협약식장에서 김봉진 대표를 처음 만났다고 합니다. 양측이 그만큼 소원했다는 뜻이겠죠. 신종 코로나가 가져온 ‘뜻밖의’ 상생협약이 갈등 해결의 신호탄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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