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 휴스턴의 ‘사인 훔치기’ 파문이 거세지면서 팬들마저 등을 돌렸다.
미국 야후스포츠가 20일(한국시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공개한 영상엔 한 팬이 미국 플로리다주 웨스트팜비치 스프링캠프에서 휴스턴 선수들의 타격 훈련 때 쓰레기통을 쳐 소음을 냈다. 이 행동은 휴스턴이 2017년 전자 장비로 상대 팀 사인을 훔친 뒤 투수가 어떤 구종을 던지는지 동료 타자에게 알리는 방식이다.
휴스턴 구단을 상대로 팬들의 소송도 잇따르고 있다. 지역 언론 휴스턴 크로니클은 이날 2017년 시즌 티켓 구매자와 2018년 시즌 티켓 구매자의 소송장을 공개했다. 두 소송장엔 ‘야구는 미국의 스포츠다. 미국인들에게 야구는 단순한 경기가 아니라 애플 파이 같은 종목’이라고 명시하며 소송을 걸었다.
앞서 또 다른 휴스턴 시즌 티켓 보유자인 애덤 왈라흐도 “휴스턴 구단이 메이저리그 규정을 위반하며 몰래 사인 훔치기를 한 것은 비밀스럽게 결함 있는 상품을 판 것이나 마찬가지”라면서 티켓 구매 금액을 돌려달라고 고소했다. 이외에도 휴스턴이 2년간 시즌 티켓 가격을 인상 못하게 해달라고 했다.
선수들도 연일 비판 수위를 높이고 있다. 뉴욕 양키스의 거포 지안카를로 스탠튼은 “조사 결과 명확하게 그들이 2017년 속임수를 사용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며 “그 말은 곧 (2017년 월드시리즈 우승) 타이틀을 뺏어야 한다는 뜻”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2017년에 내가 타석에서 어떤 공이 들어오는지 알았다면 아마 80홈런은 넘겼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토론토의 블라디미르 게레로 주니어 역시 “무슨 공이 올지 알면 타율 5할을 기록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작심 발언을 했다.
사인을 훔친 휴스턴 때문에 피해를 본 투수들에 대한 안타까움도 털어놨다. 필라델피아의 강타자 브라이스 하퍼는 “처음 빅리그에 올라와 휴스턴에 한방을 맞고 다시 마운드에 오르지 못하게 된 투수들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2017년 당시 토론토 유니폼을 입고 피해를 본 투수 중 한 명인 마이크 볼싱어는 "2017년 휴스턴의 사인 훔치기 때문에 이후 메이저리그나 마이너리그에서 뛰지 못했다”며 휴스턴 구단을 고소하기도 했다.
휴스턴의 사인 훔치기는 메이저리그 사무국의 진상 조사를 통해 사실로 밝혀졌지만 제프 루노 단장과 A.J. 힌치 감독만 해임했을 뿐 2017년 우승 타이틀은 유지됐고, 선수들은 처벌 받지 않았다. 이후 짐 크레익 구단주와 몇몇 선수들의 어설픈 사과는 논란에 더욱 불을 지폈다. 이에 미국프로농구(NBA) 슈퍼스타 르브론 제임스(LA 레이커스)까지 나서서 “야구를 하지는 않지만 누군가가 우승하려고 나를 속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엄청 화가 날 것”이라고 비판했다. 미국 전역에서 ‘공공의 적’이 된 휴스턴은 23일 워싱턴과 첫 시범경기를 치른다.
김지섭 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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