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걷잡을 수 없이 퍼지면서 ‘전염병’을 다룬 책 판매가 크게 늘고 있다. 눈에 보이지 않고, 손에 잡히지 않는 바이러스의 무차별 공세에 일단 그 실체부터 파악하는 것으로 두려움을 떨쳐보자는 일종의 생존 심리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감염 원인도 경로도 오리무중, 마스크가 방역대책의 전부인 상황에서 보다 깊이 있는 전문 지식과 정보를 찾아 적극적으로 대처하려는 시민들의 욕구가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21일 한국일보가 교보문고와 인터넷서점 예스24의 도움을 받아 코로나 바이러스 확진자가 국내에서 처음 발생한 지난달 20일을 기준으로 전후 한달 간의 도서 판매량 변화를 살펴본 결과, ‘전염병’ 또는 ‘바이러스’ 등을 키워드로 한 관련 서적의 판매가 뚜렷하게 증가했다. 2015년 메르스 사태 당시 판매가 늘었던 책들도 다시 소환되는 모습이다.
예스24에 따르면 전염병과 바이러스 관련 서적은 지난달 20일을 기점으로 전달 대비 88.2%나 급증했다. 세계적 바이러스 전문가인 네이선 울프가 신종플루, 메르스, 사스 등 신종 바이러스의 정체와 대책을 다룬 ‘바이러스 폭풍의 시대’(김영사)의 판매량은 코로나 바이러스가 국내에 퍼지기 시작한 지난달 20일을 기점으로 0권에서 110권으로 껑충 뛰었다.
과학전문도서 시리즈인 뉴턴하이라이트에서 나온 ‘바이러스와 감염증’도 직전 동기간 대비 약 13배 판매량이 증가했다. 신종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한 내용을 추가해 최신 증보판으로 출간한 ‘바이러스 쇼크’(매일경제신문사)도 자연과학 분야 주간베스트 23위에 오르며 판매가 호전됐다.
교보문고 역시 코로나 첫 확진자 발생 전후로 관련 서적이 32.6% 상승했다. 지난해와 같은 기간 비교하면 약 4.2배 증가한 수치다.
특히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학습만화가 강세를 보이며 판매 순위 10위 안에 3권이나 포함됐다. 전염병에 대한 조기교육 차원에서 구매가 두드러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가장 많이 팔린 책은 ‘내일은 실험왕 47: 감염과 전염병’(미래엔)이었다. 이 밖에도 바이러스에 관한 궁금증을 초등학생 눈높이에 맞게 해설한 ‘미래가 온다, 바이러스’ (와이즈만 BOOKS)와 ‘내일은 실험왕 33 : 바이러스와 면역’(아이세움)이 각각 4위와 8위를 기록했다.
어른들은 바이러스와 면역에 대한 세계적 석학들의 책을 많이 선호했다. 세계적인 과학칼럼니스트 메릴린 루싱크가 101가지 바이러스의 특징을 생동감 넘치는 사진과 함께 담아낸 ‘바이러스’(더숲)와 세계적 면역학자인 대니얼 M. 데이비드 교수가 면역체계를 설명한 ‘뷰티풀 큐어’(21세기북스) 등이 대표적이다.
강윤주 기자 kk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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