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천지 피해자들, 이만희 고발장… 비리ㆍ방역 비협조 의혹
대검, 수원지검 배당… “수사로 방역 압박 부적절” 지적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의 진원지로 지목되고 있는 신천지예수교회(신천지)에 대한 전방위 압박이 시작되고 있다. 신천지 포교 활동의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단체가 교주인 이만희 총회장에 대한 고발장까지 내면서 검찰이 강제수사에 나설지 주목된다.
전국신천지피해자연대(전피연)는 27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가재난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피해를 심각 단계에 이르도록 국민을 우롱하고 국가기관의 협조 요구에 거짓말과 은폐로 일관해온 이만희를 구속하고 처벌해 달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 총회장에 대한 개인 비리 및 정부 방역에 협조하지 않은 의혹 등과 관련해 고발장을 검찰에 제출했다. 대검찰청은 이날 바로 사건을 수원지검에 배당했다. 검찰 관계자는 “수원지검이 신천지 본부 소재지(경기 과천시)를 포함한 경기 남부 권역을 관할하는 점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검찰 수사의 핵심은 신천지 조직이 정부 당국에 허위 정보를 주거나 기만하면서 방역을 방해했는지를 가리는 것이 될 전망이다. 감염병 예방법 제18조는 질병관리본부장, 지자체장이 실시하는 역학조사와 관련해 △정당한 사유 없이 역학조사를 거부ㆍ방해 또는 회피 △거짓 진술하거나 거짓 자료 제출 △고의적으로 사실 누락ㆍ은폐하는 행위를 2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형으로 처벌토록 하고 있다. 전피연은 신천지가 질병관리본부에 신도 명단이나 집회장 목록을 허위로 제출했다고 의심하며 “신천지 본부, 청도 대남병원 등을 압수수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고발장 접수만으로 검찰이 당장 강도 높은 강제 수사에 나서기는 쉽지 않다. 검찰도 역학조사를 거부하거나 허위로 조사에 응하는 행위에는 엄정 대응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신천지가 정부에 제공한 자료가 거짓인 게 밝혀지거나 사실을 고의적으로 누락하는 등의 혐의가 발견돼야만 강제 수사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또한 신천지에 대한 수사 여론이 높다 하더라도 검찰 수사를 방역의 압박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 자체도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이 많다. 압수수색을 통해 증거를 확보한다 해도, 이 자료를 방역당국이나 지자체 등에 넘겨 방역에 활용하는 것은 별개 문제라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방역당국 또한 아직까지는 이 회장이나 신천지를 감염병 예방법 위반 혐의로 수사의뢰를 하지 않은 상태다.
다만 일각에서는 2014년 세월호 선사였던 청해진해운의 실소유주 유병언(2014년 사망)씨 일가 비리 수사에 돌입한 것처럼, 검찰이 신천지 관련 재산범죄 수사에 나서 이 총회장을 압박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앞서 전피연은 2018년 12월 이 회장과 ‘신천지 2인자’로 알려진 김남희씨가 교회 자금을 유용해 100억원 상당의 부동산을 구매했다며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등 혐의로 고발했다. 사건을 수사한 경찰은 두 사람을 불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한 상태다.
법조계에서는 신천지를 전방위로 압박하는 수사로 별건수사 논란이 번질 가능성도 우려하고 있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종교집단 내 재산분쟁은 흔히 발생하는 일이고 처벌도 가능하지만 피해자들이 고발한 교주의 횡령ㆍ배임 혐의와 코로나 방역은 전혀 별개 사안”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현주 기자 memory@hankookilbo.com
정준기 기자 joon@hankookilbo.com
최동순 기자 doso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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