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수단 동원해도 입국 어려워”
베트남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가능성을 이유로 신규 초청비자 발급을 중단하는 등 한국인의 입국 경로를 사실상 전부 틀어 막았다. 중국 다음으로 한국과의 교역 규모가 커 공식적인 입국금지 조치는 내리지 않았지만 우회로를 통해 자국민 보호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27일 베트남 주재 호찌민 총영사관과 VN익스프레스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주한 베트남대사관은 전날부터 모든 한국인에 대한 신규 초청장 발급을 중지하고 있다. 초청장은 사업 목적으로 베트남에 들어갈 때 받아야 하는 상용비자의 전제가 되는 서류다. 초청장이 없으면 현지 대사관의 상용비자 발급 절차도 진행되지 않는다.
물론 길을 찾자면 한국에서 입국허가서를 신청한 뒤 베트남에서 도착비자로 전환하는 방법이 있긴 하다. 그러나 이 역시 베트남의 강경한 출입국 정책 탓에 현지에서 입국이 거부될 가능성이 크다. 호찌민 한인회 측은 “요즘 베트남 분위기로 보면 상용 도착비자로 입국을 시도하는 한국인도 최소 14일은 격리될 확률이 매우 높다”고 전했다.
관광비자 발급도 상황은 비슷하다. 전날 베트남 관광협회가 자국 여행사들에 관광 알선 자제를 전격 지시하면서 주한 베트남대사관은 신규 단수ㆍ복수 관광비자 발급을 불허하기 시작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에도 관광 도착비자를 받는 방법이 있지만 전날 한국 관광객들이 관광 도착비자로 베트남 입국을 시도하다 거부된 사례가 이미 나와 활용이 어렵긴 마찬가지다.
대구ㆍ경북 거주 및 체류자가 아니라면 원칙적으로 검역신고서를 작성한 후 15일 무비자로 입국하는 최후의 방안이 남아 있다. 하지만 검역을 통과해도 14일 동안 은 의무적으로 자가격리를 해야 해 베트남 내 즉시 이동이 불가하다. 어떤 수를 써도 한국인은 베트남에 들어오지 말라는 얘기다.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자 주베트남 한국대사관의 대응도 빨라졌다. 대사관 관계자는 “일부 거부ㆍ중단되고 있는 비자 발급이 주한 베트남대사관 차원의 결정인지, 베트남 정부의 의중이 담긴 것인지 확인하고 있다”며 “조만간 명확한 답변을 얻어내겠다”고 밝혔다.
꽉 막힌 항공길과 달리 바다 물류길이 정상 운영되고 있는 점은 그나마 다행이다. 베트남 입항 전 해상에서 강화된 검역만 받으면 정박이 가능하다. 해상 운송 시간을 고려하면 물건을 통한 코로나19 감염 가능성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다만 이 경우에도 입국을 원하는 한국인 선원은 14일 동안 격리돼야 한다.
한인사회에서는 현재로선 베트남의 철저한 출입국 정책을 따르자는 기류가 강하다. 하노이의 한 한국 기업 대표는 “자국민을 보호하자는 취지인 만큼 다소 불편이 있더라도 최대한 정책을 따르는 게 우선”이라며 “한국에서 사태가 신속히 수습되기만을 기도할 뿐”이라고 말했다.
하노이=정재호 특파원 next8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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