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청, ‘최광지 홍패’ 등 지정 예고
국왕 국새(國璽)가 찍힌 붉은색 고려시대 과거합격증 ‘홍패’(紅牌)가 국가지정문화재 보물이 된다.
문화재청은 고려 멸망 3년 전 과거 급제자에게 발급된 ‘최광지 홍패’(전주 최씨 송애공파 종중 보유)와 고려 후기 불교 경전인 ‘육조대사법보단경’(六祖大師法寶壇經ㆍ경남 사천시 백천사 소장), 조선 후기 ‘백자 항아리’(부산박물관 소장) 등의 보물 지정을 예고했다고 3일 밝혔다.
문화재청에 따르면 최광지 홍패는 여말선초(麗末鮮初)에 활동한 문인 최광지가 고려 창왕 1년(1389) 문과에서 ‘병과 제3인’(丙科 第三人ㆍ전체 6등)에 올라 받은 문서다. 홍패는 문과ㆍ무과 합격증으로, 홍화씨 등으로 붉게 염색한 종이로 발급됐다. 생원ㆍ진사 시험 통과자에게는 흰 종이에 쓴 문서인 백패(白牌)를 줬다.
최광지 홍패에는 이름ㆍ성적 기록과 발급 시기를 알려주는 ‘홍무 이십이년 구월 일’(洪武 貳拾貳年 玖月 日)이 두 줄로 적혀 있고, 국새인 ‘고려국왕지인’(高麗國王之印)이 찍혀 있는데, 이 직인이 찍힌 고려 공문서는 최광지 홍패가 유일하다. 해당 국새는 명나라 홍무제가 1370년 고려에 내려준 도장으로, 조선 건국 직후인 1393년 중국에 반납됐다. 1392년 10월 조선 태조 이성계가 개국공신 이제에게 내린 ‘이제 개국공신교서’(국보 제324호)에도 이 국새가 사용됐다.
현재까지 고려시대 홍패는 ‘장양수 홍패’(국보 제181호ㆍ1205년 발급)와 ‘장계 홍패’(보물 제501호ㆍ1305년 발급) 등 6점인데, 시기가 최광지 홍패보다 빠르지만 관청이 왕명을 대신해 발급했기 때문에 국왕 직인이 없다.
아울러 최광지 홍패는 형식적으로도 뛰어나다는 게 문화재청 평가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최광지 홍패는 1276년부터 과거합격증에 ‘왕지’(王旨ㆍ왕명)라는 용어를 썼다는 고려사 기록을 입증하는 첫 실물”이라며 “임금 명령을 직접 실천한 공문서로서 형식상 완결성을 갖췄고, 이런 형식이 조선시대 문서 제도에 큰 영향을 미쳤다는 점에서 귀중한 자료”라고 말했다.
1책 64장인 육조대사법보단경은 원나라 선종(禪宗) 고승인 몽산덕이(蒙山德異)가 1290년 편찬한 책을 고려가 받아들여 1300년 강화도 선원사에서 간행한 판본이다. 혜능의 선사상과 선종 역사를 연구하는 데 중요한 경전이어서 국내에서도 19세기까지 꾸준히 만들어졌다. 백천사 소장본은 국내에 현존하는 동종 경전 중 가장 오래됐고, 조선시대 판본인 ‘덕이본’(德異本) 계열과도 형식이 달라 고려시대 특징을 보여준다. 불교학은 물론 서지학 측면에서도 가치가 큰 것으로 평가된 이유다.
이들과 함께 보물이 될 조선 후기 백자 항아리는 17세기 말 또는 18세기 초에 왕실 가마인 관요에서 제작한 것으로 추정되고, 높이는 52.6㎝다. 주둥이와 어깨 부분에 있는 미세한 금을 수리했지만, 형태와 보존 상태가 양호한 편이다. 좌우가 완벽한 대칭을 이루지는 않지만, 자연스럽고 당당하며 담담한 청색 유약이 고르게 퍼져 우아한 느낌을 준다고 전문가들은 칭찬한다. 높이 50㎝가 넘는 대형 항아리가 적어 희소성이 있는 데다 완전성ㆍ조형성 면에서도 뛰어나다는 게 전문가들 평가다.
문화재청은 이번에 보물 지정이 예고된 문화재 3건에 대해 예고 기간 30일 동안 각계 의견을 수렴한 뒤 문화재위원회 심의를 거쳐 보물 지정 여부를 확정한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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