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 공천 컷오프에 탈당 후 무소속 출마 선언 잇따라
민주당 민병두, 문석균… 통합당 홍준표, 김태호 등
“우리 당에서 출마를 준비하다가 공천을 받지 못해 탈당하여 무소속으로 출마할 경우 영구제명 하겠습니다.”
공천배제(컷오프)된 이들의 무소속 출마 러시에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이달 16일 내놓은 ‘엄포’입니다. 보통 공천 탈당 후 무소속으로 출마, 당선된 의원들이 슬그머니 복당 절차를 밟아온 것 달리 당에 다신 발을 들이지 못하게 하겠단 취지죠. 이 대표의 이 같은 공개 경고엔 4ㆍ15 총선을 앞두고 잇따르는 공천 배제 인사들의 무소속 출마 선언이 있습니다.
사실 무소속 출마로 시끄러운 건 민주당보다는 대대적 물갈이에 나선 미래통합당 입니다. 전직 당 대표이자 대선 후보였던 홍준표 전 대표가 이번 총선에서는 무소속 출마자의 상징이 됐죠. 애초 고향인 경남 창녕이 있는 지역구에서 출마를 준비하던 그는 당의 ‘험지 출마’ 요구에 이를 포기하고 경남 양산을을 선택했습니다. 그럼에도 공천에서 배제되자 양산을 포기하고 대구 수성을 출마를 선언했어요. 홍 전 대표는 “총선에서 승리한 후 바로 복당을 하겠다. 탈당이라 해봐야 불과 40일 남짓에 불과하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또 한 명의 보수 진영 대권 잠룡 김태호 전 경남지사도 “친정 집을 잠시 떠납니다”라며 당을 떠나 일찌감치 경남 산청ㆍ함양ㆍ거창ㆍ합천 무소속 출마를 선언하고 선거 운동에 들어갔어요. 현역들도 윤상현(인천 미추홀을)ㆍ권성동(강원 강릉)ㆍ곽대훈(대구 달서갑) 의원들이 줄줄이 컷오프 결정에 반발해 무소속 출마를 선언한 바 있습니다. 2018년 6ㆍ13 지방선거 직전 ‘이부망천(이혼하면 부천 가고 망하면 인천 간다)’ 발언으로 물의를 빚어 당시 자유한국당을 자진 탈당했다가 복당한 정태옥 의원도 다시 탈당, 무소속 출마를 결정했어요.
민주당에선 문희상 국회의장의 아들 문석균씨가 끝내 탈당해 17일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습니다. 문씨는 당초 민주당 예비후보였으나 ‘아빠 찬스’ ‘지역구 세습’이라는 비난이 들끓자 불출마를 선언했다가 이를 번복한 것입니다. 의정부갑은 문 의장이 6번이나 당선된 지역이기도 하죠. 그가 불출마 선언을 하자 민주당은 ‘영입 인재 5호’ 오영환 전 소방관을 전략 공천한 상황입니다. 문씨는 “민주당은 의정부와 아무런 연고도 없는 후보를 공천해 의정부시민의 자존심을 짓밟았다”고 주장하며 무소속 출마에 나섰죠.
민병두 민주당 의원(서울 동대문을)도 당이 자신의 지역구를 청년우선 공천 지역으로 정하자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주민 추천 후보 출마선언문’이라는 제목의 게시물을 올리며 무소속 출마를 공식화했습니다. 통합당에선 3선의 이혜훈 의원이 서울 서초갑에서 컷오프된 후 동대문을로 지역구를 옮겼죠. 민 의원은 이에 “청년정치인 육성이라는 취지엔 공감한다”면서도 “선당후사의 정신으로 청년을 돕는다고 해도 너무 조건이 어렵다”고 했어요. 충주 청주ㆍ서원의 현역인 오제세 의원은 19일 충북도청에서 무소속 출마를 선언할 예정입니다.
각 당의 공천작업이 계속되면서 당분간 이 같은 이탈 행렬은 계속될 전망입니다. 특히 무소속 출마자들에게 영구 제명을 경고한 이해찬 대표가 바로 지난 대선에서 탈당해 무소속으로 당선, 금의환향해 당 대표까지 거머쥔 ‘살아있는 롤모델’인만큼 이를 막기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여야를 불문하고 의원직 도전을 위해 당을 떠나는 무소속 출마자들은 그러면서도 “반드시 (당으로) 살아 돌아오겠다”는 메시지를 남겼는데요. 이들의 애끓는 당심(黨心) 호소는 사실 무소속 출마자들이 선택한 길이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음을 보여준다는 해석입니다. 후보 개인보다는 당의 브랜드가 더 중요한 한국의 정치지형에서는 공천에서 탈락했더라도 당을 적대시했다간 ‘배신자’ 딱지가 붙어 생환이 어려울 수 있다는 것이죠.
과연 이들은 ‘롤모델’ 이해찬 대표처럼 화려하게 돌아올 수 있을까요. 아니면 무소속으로 표를 분산시켜 친정 당의 당락에 악영향을 미치는 ‘역사의 죄인’이 될까요.
전혼잎 기자 hoiho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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