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킹맘 정은아(36)씨는 최근 온라인 쇼핑몰에서 튤립 열 송이를 주문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유치원이 휴원하면서 하루 종일 손주를 돌보는 부모님께 보내기 위해서다. 정씨는 “집에 갇혀 있는 아이와 부모가 잠깐이라도 봄을 느낄 수 있었으면 했다”라며 “집에 꽃을 두니 화사한 봄의 기운이 느껴졌다”고 말했다.
이맘때면 봄 꽃 구경을 나섰던 이들이 코로나19 확산에 집 안으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우울증, ‘코로나 블루’ 극복에 봄 꽃만한 게 없어서다.
지난달 26일부터 튤립과 프리지아를 판매한 온라인 쇼핑몰 ‘마켓컬리’는 하루 평균 꽃 판매량이 500건을 넘겼다. 쌀이나 한라봉 등 식료품보다 오히려 판매량이 높다. 정기적으로 꽃을 배달해주는 꽃 구독 서비스를 제공하는 온라인 쇼핑몰 ‘꾸까’도 지난달부터 이달 20일까지 꽃 판매량이 전년 대비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화훼농가와 직거래하는 온라인 꽃집 ‘어니스트플라워’도 코로나19가 발생한 지난달 판매량이 월 평균치보다 1.5배 가량 늘어났다.
마켓컬리 관계자는 “외국처럼 과일이나 채소를 사듯 꽃을 사서 일상을 즐기려는 이들을 위해 꽃 판매를 시작했는데 코로나19 영향으로 꽃 사는 사람들이 예상보다 훨씬 많았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가족이나 본인을 위해 꽃을 사는 이들이 대부분이다. 코로나19로 재택근무 중인 김인현(40)씨도 최근 온라인으로 꽃을 구매했다. 그는 “집에 갇혀 일만 하니 너무 우울하고 스트레스가 많이 쌓였다”라며 “꽃을 보니 한결 숨통이 트이는 것 같다”고 했다.
집에서 아이를 돌보는 주부 이혜미(37)씨도 튤립, 프리지아, 히아신스 등 다양한 생화와 꽃병 등이 있는 꽃꽂이 키트를 구매했다. 이씨는 “꽃이 하루하루 달라지는 모습을 보니 뭔가 희망이 느껴져서 좋았다”고 말했다.
박춘화 꾸까 대표는 “기존에는 20~30대 여성 고객이 주로 꽃을 구매했지만 요즘에는 40대 비중이 늘어나는 등 구매 연령대가 다양해졌다”라며 “꽃을 통해 위로를 받고, 기쁨을 느끼려는 사람들이 그만큼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로 2,3월 행사가 줄줄이 취소되면서 직격탄을 맞은 화훼농가도 온라인 꽃 판매량이 늘어나면서 살길을 찾고 있다. 국내 최대 튤립 농가 중 한 곳인 ‘화림’의 임동진 대표는 “코로나19로 예년에 비해 꽃 출하량이 90% 가까이 급감했지만 마켓컬리 등 온라인으로 유통 경로를 돌리면서 판매가 조금씩 늘고 있다”고 말했다.
흐드러지게 핀 꽃의 풍경은 아니지만 ‘나만의 꽃 한 송이’의 기쁨도 크다. 꽃봉오리 상태로 배송 받아 개화부터 만개, 꽃잎이 떨어질 때까지 매 순간을 지켜볼 수 있다. 임 대표는 “도매시장, 꽃집을 거치지 않고 농가에서 직거래로 바로 배송되는 꽃들은 길게는 보름까지도 꽃을 즐길 수 있다”며 “꽃을 보고 기분이 안 좋아지는 사람은 없듯이, 코로나19로 인한 우울증 극복에도 효과가 있다”고 소개했다.
가장 인기가 많은 꽃은 튤립, 프리지아, 장미, 백합 등이다. 특별한 꽃꽂이 기술 없이도 꽃만으로 아름답다. 거실이나 큰 공간에는 다양한 꽃이 섞인 다발을 큰 화병에 두는 게 좋고, 작은 꽃 한 두 송이를 여러 화병에 나눠 꽂아 침대 옆이나 작은 탁자에 올려놓기만 해도 분위기가 달라진다. 전문가들은 공간에 활력을 더하고, 우울증을 완화하려면 노랑이나 붉은 계열의 꽃을, 코 끝으로 봄을 느끼려면 백합이나 프리지아를 추천했다.
강지원 기자 styl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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