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로 인한 피해를 분담하기 위한 국회의원 세비 삭감 제안은 지난 12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처음 등장했다. 설훈 최고위원을 시작으로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세비 50% 기부운동을 제안하며 가장 먼저 청원에 화답했다. 민주당은 조만간 의총을 열어 뜻을 모을 예정이다. 정의당도 22일 코로나19가 종식될 때까지 세비 30% 반납을 결정했다.
□ 개별적인 기부에 동참하는 의원도 늘고 있고, 제안 내용도 다양하다. 심재철 미래통합당 원내대표와 민생당 광주지역 후보들은 남은 임기 세비 전액 기부를 약속했다. 천정배 민생당 의원은 최저임금 수준을 제외한 세비 전액을 기부하자고 했고, 민병두 무소속 의원은 세비의 90%를 반납하자고 했다. 국회 사무처가 공개한 올해 세비는 1억5,188만원이다. 월평균 1,265만원으로 절반만 반납해도 600만원가량이다. 전체 의원 300명이 동참하면 매월 18억원이 걷히는 셈이니 적은 액수는 아니다.
□ 세비를 반납한 의원 가운데는 어느 기초수급 할머니가 마스크 40장과 100만원을 경찰서에 맡기고 간 사연을 보고 가만 있을 수 없었다는 이도 있었다. 고통을 분담하자는 일종의 ‘노블레스 오블리주’다. 하지만 마음 한편은 왠지 께름칙하다. 어차피 총선 국면이어서 의원들 몸은 여의도에 있는지 몰라도 마음은 이미 총선 표밭으로 떠난 지 오래다. 무노동 무임금 원칙으로 보면 애당초 월급 받을 자격이 없다. 게다가 여야 모두 초유의 위성정당 꼼수로 분노 지수를 높이고 있다. 4년 더 임기를 보장받으려면 몇 달치 세비 정도는 포기해도 된다는 계산을 했을지 모른다.
□ 세비 반납 운동은 이전에도 있었다. 대체로 지각 개원이나 장외 투쟁으로 국회가 열리지 않아 여론의 뭇매를 맞을 때였다. 결은 다르지만 위기 상황이 됐다고 무턱대고 세비부터 반납하는 풍토도 칭찬만 할 건 아니다. 국회의원 월급 줄 돈이 없어 돌아가지 않는 나라가 아니다. 차라리 온전히 받고 제값만큼 일해 달라는 게 솔직한 심정이다. 그리고 세비 삭감은 의원 개인의 충정을 드러내는 게 아니라, 일하는 국회가 되도록 추동하는 수단으로 삼는 게 더 낫지 않을까. 마침 민주당 국회혁신특별위원회가 회의 불출석 일수에 따라 세비를 단계적으로 환수하는 이른바 ‘일하는 국회법’을 발의해 둔 상태다. 세비 삭감보다 서둘러 처리해야 할 과제다.
김영화 논설위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