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발 전수검사 첫날만 1442명
북미발 입국자만 유럽의 2배 규모
공항 격리ㆍ생활 시설도 태부족
정부가 미국 등 유럽 외 지역발 국내 입국자에 대한 전수 검사 적용을 포함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검역 강화 방침을 조만간 발표한다. 당초 보건당국의 기존 입장은 미국 현지의 신종 코로나 유행상황을 지켜보면서 검역 강화를 결정하는 것이었으나 미국 확진자 규모가 최근 일주일 동안 7배로 늘면서 입장이 강경해졌다.
23일 정세균 국무총리는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안본) 회의에서 비유럽권 검역 강화에 대해 “이번 주중에는 추가조치가 시행될 수 있도록 발 빠르게 검토해달라”고 관계기관에 지시했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중대본) 본부장도 이날 “국내 유입자 중 확진환자 비율 등의 지표들을 모니터링(관찰)하면서 단계적으로 확대하겠다”라고 밝혔다. 미국과 남미 등의 지역 상황이 유럽만큼 나쁘진 않지만 이들 지역으로부터 국내에 들어온 입국자 가운데 적지 않은 확진환자가 이미 보고됐고 앞으로 더 증가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실제 이날까지 해외에서 국내로 유입돼 확진판정을 받은 47명 가운데 22명이 미국과 캐나다, 콜롬비아를 여행한 경력이 있다. 전날 새롭게 확인된 해외유입 환자 13명 역시 유럽(6명)과 미주(7명) 지역 방문자였다.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도 이날 “정세균 총리가 유럽 외 다른 지역 입국자들에 대한 검역강화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며 “이를 현재 마련 중이고 조만간 발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가 미주 전역으로 일시에 전수검진 대상지역을 확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북미에서 들어오는 입국자 규모만도 유럽발 입국자의 2배에 달하고, 입국자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항공편 입국자가 검사결과를 받기까지 하루 정도 대기할 인천국제공항 주변의 격리ㆍ임시생활시설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의료기관 등의 실험실에서 검체를 분석하는 시간은 길어야 6시간 정도지만 검체를 채취해 실험실까지 운반하고 당사자에게 결과를 통보하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정부가 확보한 시설들의 수용능력은 1인 1실 기준 1,295명이다. 유증상자 격리시설 2곳의 수용규모는 120명에 불과하다. 무증상자 임시생활시설은 SK무의연수원 등 8개소 1,175명 규모가 확보돼 있다.
그러나 유럽 입국자에 대한 전수검진이 시행된 첫날인 22일만 해도 검진 대상자는 1,442명에 달했다. 무증상자 일부는 2명이 방 하나를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 직항편 기준 한국인이 92%를 차지했고 증상이 있는 152명은 공항 격리시설에서, 무증상자 1,290명은 임시생활시설에서 각각 검사를 받았다. 무증상자 가운데 6명은 22일 오후 7시에 음성판정을 받아 귀가했다. 정부는 25일부터 검사대상자를 의료진으로부터 분리해 검체를 채취하는 워킹스루(walking through) 선별진료소 40개를 인천공항에 설치해 입국자가 임시생활시설에서 대기하는 시간을 줄일 계획이지만 임시생활시설 순환율을 얼마나 높일 수 있을지는 판단하기 어렵다.
정은경 본부장 역시 전수조사를 다른 지역으로 일시에 확대하기가 힘든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정 본부장은 “(검사 이후에) 자가격리나 격리할 때의 비용, 여러 가지 검사 역량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면서 “검사에 소요 되는 많은 인력과 비용에 대한 부분도 고려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23일 오전 0시 기준 신종 코로나 누적 확진자 수는 전날 같은 시간보다 64명 늘어난 8,961명이다. 격리 해제된 완치자는 257명 늘어나 3,166명으로 증가했다.
김민호 기자 km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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