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 솔향수목원과 테라로사, 연곡해변과 보헤미안
‘솔향’은 강릉의 도시 브랜드다. 대관령 자락의 금강소나무부터 동해 바닷가의 방풍림까지 멋들어진 솔숲이 지천이다. 최근 강릉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단연 커피다. 명주동 옛 도심의 골목 카페와 안목항 커피거리를 포함해 인구 21만의 도시에 커피전문점만 대략 400곳이다. 강릉을 대표하는 솔숲과 커피를 함께 즐길 수 있는 코스를 소개한다.
영동고속도로 남강릉IC에서 멀지 않은 구정면 산자락에 솔향수목원이 있다. 2013년 개원한 시립 수목원으로 입장료가 없다. 주차장부터 소나무 향이 진하게 풍긴다. 수목원 규모는 크지 않다. 전망대와 난대식물원까지 모두 돌아도 1시간 정도 걸린다. 지그재그 형태의 목재 산책로로 연결된 전망대에 오르면 멀리 강릉 시내와 바다 풍경까지 볼 수 있다.
수목원은 78.5ha(24만평) 부지에 23개 테마로 1,127종 22만본의 식물을 보유하고 있다고 자랑한다. 하지만 아직 숲에서 볼 수 있는 꽃은 산수유와 생강나무, 진달래 정도다. 계곡을 사이에 두고 생태관찰로가 양편으로 조성돼 있어서 맑은 물소리와 솔바람을 만끽하며 산책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솔향수목원에서 약 7km 떨어진 곳에 ‘테라로사 커피공장’이 있다. 테라로사는 ‘보헤미안 박이추 커피’와 함께 강릉을 대표하는 커피 브랜드다. 주차장에 내리면 육중한 붉은 벽돌 건물이 시선을 잡는다. 커피 한 잔을 마시기까지 전 과정을 전시한 박물관이다. 한잔의 커피가 완성되기까지 커피의 여정을 역사ㆍ문화적 관점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보여준다. 관람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매시 정각 가이드투어로 진행한다. 요금은 1만2,000원.
카페 건물 역시 안팎의 구성이 돋보인다. 2층 건물 중앙 홀의 천장을 없애 실제 공장을 개조한 것처럼 공간감을 극대화했다. 계단, 로비, 창가 등에 다양한 형식으로 배치한 테이블도 이색적이다. 야외의 작은 정원은 사진 찍기에 좋다. 테라로사의 역사는 김용덕 대표가 2002년 이곳에 커피공장을 열며 시작됐다. 강릉 4곳을 비롯해 현재 전국에 14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전국 어디나 송림해변이 많지만 강릉 연곡해변만큼 대규모 송림은 흔치 않다. 경포대와 주문진 사이에 위치한 연곡해변의 700m 백사장 뒤편에 폭 100m에 달하는 울창한 솔숲이 조성돼 있다. 파도 소리가 잠잠한 날 숲 속 산책로를 걸으면 바닷가라는 걸 실감하지 못할 정도다.
현재 연곡해변과 솔숲은 캠핑장으로 운영되고 있다. 텐트를 칠 수 있는 캠핑존 127면, 자동차캠핑존 11면 외에 캐러밴과 캠핑트레일러를 갖추고 있다. 아직은 밤 기온이 제법 쌀쌀한데도 곳곳에 텐트를 설치한 모습이 보인다.
연곡해변에서 북쪽으로 약 2km 떨어진 곳에 ‘보헤미안 박이추 카페’가 있다. 박이추(71) 대표는 국내 1세대 커피 장인으로 꼽힌다. ‘다방커피’가 대세였던 1988년 서울 혜화동에 ‘가배 보헤미안’을 열고 원두를 직접 볶아 150종의 핸드 드립 커피를 선보였다. 2000년부터 오대산 진고개와 경포대로 유랑하듯 가게를 옮기다가 2004년 이곳 연곡면 영진리에 자리 잡았다.
본점이라 할 수 있는 카페는 그 명성에 비하면 소박하다. 마을과 도로 건너 멀리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곳에 위치한 2층 건물 중 한 층만 매장으로 운영한다. 전망이 빼어난 것도, 장식이 세련된 것도 아니다. 그래서 카페를 찾는 이들은 오롯이 커피의 맛과 향에만 집중하게 된다. ‘입안을 감싸는 풍부한 맛을 음미할 때, 일상의 근심을 잠시 내려놓고 멈출 수 있는 시간이기를 바란다’는 커피 장인의 당부와 꼭 어울리는 분위기다. 카페는 주 4일만 연다. 목ㆍ금요일은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까지 영업하고, 토ㆍ일요일은 각 1시간씩 늦춰진다.
좀 더 대중적이고 모던한 분위기에서 커피를 즐기고 싶다면 연곡해변에서 남쪽으로 약 2km 떨어진 ‘보헤미안 박이추 커피공장’을 추천한다.
강릉=글ㆍ사진 최흥수 기자 choiss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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