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뜬금없이’ 이라크 주둔 미군에 대한 이란의 기습공격 가능성을 거론했다. 미국ㆍ이란 모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총력 대응 체제라 가능성이 높지 않은데도 콕 집어 무력도발을 언급한 것이다. 코로나19 사태와 유가 폭락이 맞물린 데 따른 정치ㆍ경제적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해 ‘중동 화약고’에 불을 지피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1일(현지시간) 트위터에서 “정보와 ‘믿음’에 따르면 이란이나 그 대리인이 이라크 내 미군과 자산에 대해 몰래 공격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만약 이런 일이 발생한다면 이란은 매우 무거운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마침 이날 에스마일 가니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쿠드스군 사령관이 이라크를 방문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글이 이라크에 대한 양국 간 영향력 확대 경쟁으로 해석될 만하다.
양국의 신경전은 코로나19 국면에서도 계속돼 왔다.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은 지난달 26일 트위터에 “세계 최대 경제대국조차 다른 나라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썼다. 누가 봐도 미국을 겨냥한 도발이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같은 달 31일 기자회견에서 “제재 대상국 중 이란ㆍ북한ㆍ베네수엘라에 인도적 지원을 제안했지만 거부당했다”면서 이들 국가에 대한 경제재재 지속 의지를 분명히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의도적으로 이란을 자극했다는 분석도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 간 감산 합의 불발로 국제 유가가 폭락하면서 미국 내 셰일원유업계가 휘청거리는 때란 점이 근거다. 최근 국제 유가는 배럴당 셰일원유 생산원가(40달러)의 절반인 20달러선까지 주저앉았다. 미 경제 전문매체 CNBC방송은 이날 출혈 경쟁을 견디지 못한 셰일원유업체 ‘화이팅’의 파산보호신청 소식을 전했다.
이 때문에 중동 정세에 불안감을 조성해 유가 상승을 견인하려는 꼼수가 숨어 있는 것 아니냐는 추론이 나온다. 월터 러셀 미드 전 예일대 교수는 이날 월스트리트저널 기고에서 “미국은 이란과 러시아, 사우디 등이 석유 판매로 벌어들인 돈으로 세계를 움직이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진욱 기자 kimjinu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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