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해봐야 시체가 되겠지만’ 쓴 케이틀린 도티
미국서도 드문 30대 여성 장의사
유족들이 시신 씻기고 입히는 등 죽음과 삶 연결하는 장례 추구
이 혼란한 시국에 ‘죽음’에 관한 이야기라니. 가뜩이나 뒤숭숭한 와중에 왜 쓸데 없이 부정 타는 소리냐며 타박을 들을지 모르겠다. ‘죽음’은 산 자의 세계에선 되도록 입 밖에 내선 안 되는 금기의 단어다. 하지만 올 초 한국에 번역 출간된 ‘잘해봐야 시체가 되겠지만(반비)’의 저자는 살아 있을 때 죽음에 대해 더 많이 이야기 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저자 케이틀린 도티(35)는 중년 남성들이 대부분인 미국 장례업계에서 보기 드문 여성 장의사다. 그는 이 책에서 20대 때부터 화장터에서 일하면서 죽음과 함께한 경험을 유쾌하고도 신랄하게 묘사하며 죽음에 대해 성찰한다. 도티는 100만 구독자를 보유한 인기 유튜버이기도 한데, 그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장의사에게 물어보세요(Ask a mortician)’에는 자기가 죽었을 때 어떤 수의를 입을지, 나만의 특별한 장례식을 어떻게 준비하면 좋을지 고민하는 사람들의 질문이 이어진다.
“아무렇게나 죽는 건 억울하잖아요. 죽는다는 건 내 삶의 마무리니까, 내 삶의 철학이 반영돼야 하지 않겠어요?” “죽음이야 말로 내 삶의 가장 큰 프로젝트”라 말하는 그를 이메일로 만났다.
매일 송장을 마주하며 산다지만 그라고 왜 죽음이 두렵지 않겠나. 8살 때 쇼핑몰에서 또래의 추락사를 목격한 뒤 그는 유년시절 내내 죽음의 공포에 시달렸다. ‘부모님이 갑자기 세상을 떠나면 어쩌지, 나도 어느 순간 사라진다면.’ 하지만 그의 부모는 추락사에 대해 함구했고 잊으라고만 했다. 그 침묵과 외면이 오히려 죽음에 대한 트라우마를 만들었다. 그는 “죽음을 접하기 어려운 어린 아이들일수록 자연스럽게 사람은 언젠가 죽는다고 이해시키는 게 필요하다”면서 “감추고 모른 척 하는 게 더 위험하다”고 강조했다.
대학에서 중세사를 전공하던 그가 장의사의 삶을 택하게 된 것도 죽음에 대한 공포를 떨쳐내기 위해서였다. 그는 시신을 두려워하는 미국의 장례문화에 대해 할 말이 많아 보였다. “미국은 시체에 각종 화학물질을 집어 넣어 분해되지 못하게 한 다음, 강철로 된 관에 넣어 ‘안전하게’ 땅속에 묻거나, 콘크리트 납골당에 집어넣는데 이건 죽음과 삶을 단절시키는 행위에요.” 그가 진행하는 장례식은 삶과의 연결을 추구한다. 돈만 내고 업체들에게 맡기는 게 아니라 유족들이 시신을 씻기고 입히고, 머리를 정돈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식이다.
그는 자신이 죽으면 ‘자연매장’을 할 생각이다. 땅에 묻히되, 자연분해되는 수의를 입고 땅과 한 몸이 되는 죽음이다. 시신을 거름으로 만드는 인간 퇴비 장례인 셈인데, 미국 워싱턴주에선 내년부터 시행을 앞두고 있다. “살아 있는 동안 지구로부터 나를 구성하는 원자와 분자들을 빌려 쓰고 있다고 생각해요. 죽을 때는 흙과 자연에 다시 돌려주는 게 맞죠. 죽음은 자연스러운 생명의 순환 과정이라 볼 수 있어요.”
코로나19로 인간의 무력함에 대해 깨닫고 있는 요즘. 그는 사랑하는 사람들과 죽음에 대해 솔직한 대화를 시작하는 계기로 삼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모두가 죽음으로 불안해 하고 있지 않나요. 그럴수록 죽음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으면 합니다. 당신을 두려움에 떨게 하는 건 무엇인지, 당신이 죽을 때 어떻게 됐으면 하는지. 좋든 싫든, 이 세상에 태어난 이상 죽을 때까지 절대 외면할 수 없는 게 바로 죽음이니까요.”
강윤주 기자 kk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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