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액자산가 배제ㆍ자영업자 구제 방식 고심... 형평성 논란에 신속집행 물거품 우려
신속성을 생명으로 하는 긴급재난지원금(이하 재난지원금)이 두 차례에 걸친 정부의 기준 발표에도 불구하고 좀처럼 형평성 논란을 벗지 못하고 있다. 당정이 그간 사용하지 않았던 ‘소득 하위 70%’로 범위를 넓게 잡은 데서 어느정도 혼란이 예고된 측면이 있지만, 지금처럼 공방이 계속되면 자칫 정부가 목표한 5월내 지급도 어려워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높아지는 형국이다. 한편에선 조기 집행을 위해 형평성 논란은 미뤄두고 대안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진다.
◇끝나지 않는 재난지원금 형평성 논란
5일 정부 등에 따르면, 지난주 정부의 ‘건강보험료 기준’ 제시 이후에도 여전히 △소득은 적지만 자산이 많은 사람을 어떻게 배제할지 △최근 소득이 급감했지만 2년전 자료로 건보료가 책정돼 있는 자영업자는 어떻게 구제할지 등은 베일에 가려져 있다.
현재 정부는 고액자산가 배제 기준으로 종합부동산세, 재산세 납부내역 등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정부가 관련 데이터를 갖고 있어 비교적 빠른 시간 안에 선별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예금 등 금융자산을 많이 가진 자산가에게는 이 방법을 쓸 수 없다. 금융자산 등을 모두 파악해 이를 소득으로 환산하는 데 통상 2개월 안팎의 시간이 걸린다. 신속 집행을 위해 세금납부 내역만으로 자산가를 배제할 경우 부동산 자산가와 금융 자산가 사이의 형평성 문제가 생길 수 있다.
2년전 소득 기준으로 올해 건보료를 내고 있는 자영업자는 어떻게 가를 지도 논란거리다. 자동차, 부동산 등 종합자산을 평가해 건보료를 내는 자영업자들은 소득만 기준으로 삼는 직장 가입자보다 불리하다는 볼멘 소리를 내고 있다.
정부는 이에 “자영업자가 소득 감소 자료를 제출하면 반영 하겠다”는 원론적 입장을 밝혔지만, 자영업자 사이에서는 “피해가 가장 큰 자영업자의 재난지원금 지급 기준이 가장 까다롭다” 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총선 후 추경 심사… 5월 지급 가능할까
커지는 형평성 논란에 정부의 ‘5월 안 지급’ 목표가 지켜질 지도 미지수다. 정부는 조속한 집행을 위해 고액 자산가 배제 기준 등을 이번 주 확정하고 늦어도 다음주 초까지는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을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국회의 추경안 심사는 총선 직후 이뤄질 전망인데, 총선에 따른 여야 의석 변화가 추경안 심사에 변수가 될 가능성이 크다. 현재 미래통합당 등 야권은 정부의 재난지원금 계획을 “총선을 노린 매표 행위”로 맹비난하고 있다. 형평성 논란을 피하기 위해 “전국민에게 모두 주자”(박형준 미래통합당 선대위원장), “어려운 사람에게 충분히 주자”(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는 식의 각론도 내놓은 상태다. 야권이 총선에서 승리할 경우, 재난지원금 지급범위와 방식에 대폭 손질이 가해질 수 있다는 얘기다.
다만 어려운 국민에게 신속히 재난지원금을 줘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 야권도 추경안 심사를 마냥 미루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지급 대상과 방식 변경을 위해 기초자료 재검토 등으로 추경안 심사가 1~2주 더 걸릴 경우, 재난지원금 지급은 6월로 시기가 늦어질 수도 있다.
◇“신속 집행 위해 형평성 논란 접어야” 주장도
일각에서는 일단 집행을 서두르고 추후에 보완책을 찾자는 지적도 적지 않다. 전례없는 경제 충격으로 비상 지원금을 주는데, 어느 정도 형평성 논란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정부 관계자도 이날 “소득 하위 70%에게 주는 돈은 결국 상위 30%에게도 가게 돼 있다. 너무 형평성만 지적하는 데는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대표적으로 거론되는 대안은, 전국민에게 지원금을 우선 지급하고 추후 세금 등으로 환수하는 방식이다. 최현수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나중에 세금으로 환수하는 것은 영국의 아동수당 등 유럽 복지체계에서는 흔한 방식으로 신속한 지급 측면에서 큰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는 이 방식에 거부감을 드러내고 있다. 또 다른 정부 관계자는 “형평성 논란을 피하고자 환수 기준을 정교하게 마련하려면 행정비용이 만만치 않게 들 것”이라며 “특히 지급했다가 환수하는 방식은 심리적 거부감이 더 커, 지금 겪어야 할 사회적 논란을 뒤로 미루는 것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세종=민재용 기자 insight@hankookilbo.com
김민호 기자 km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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