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별적 환수 아이디어 속출
정치권을 중심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긴급재난지원금(재난지원금)을 전 국민에게 지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재정 출혈을 최소화할 ‘사후 선별 환수’ 제안도 이어지고 있다.
◇“예산 구조조정으론 전국민 지원금 불가능”
7일 정부 등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현재 ‘소득 하위 70% 가구에 최대 100만원씩 지원’ 방침에 맞춰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안 편성 작업을 진행 중이다.
하지만 미래통합당이 ‘전 국민 일괄 지원’을 주장한 데 이어, 더불어민주당에서도 지급 대상을 70%에서 100%로 확대하자는 목소리가 나오면서 국회 논의 결과에 따라 재난지원금이 보편 지급될 가능성도 높아졌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도 이날 “국회 심의 과정에서 정부는 여야와 심도 있는 논의를 거칠 것”이라며 정치권 요구에 수용 여지를 남겼다.
만약 전 국민에게 재난지원금을 지급할 경우 총 소요재원은 지금보다 크게 늘어날 수밖에 없다. 박형준 통합당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은 이날 “기존 예산을 늘리지 않는 범위 내에서 하자는 것”이라고 했지만, 정부가 밝힌 방식(올해 본예산 지출을 구조조정)만으로 13조원(민주당)에서 25조원(통합당)에 달하는 추가 재원을 모두 마련하기는 불가능에 가깝다. 실제 지난해 예산으로 잡혔다가 사용하지 못하고 남은 돈(불용액)은 7조9,000억원 수준이었다.
◇줄 잇는 ‘선별환수’ 아이디어들
때문에 학계와 시민단체에선 고소득자에게 재난지원금 재원 중 일부를 나중에 돌려 받는 ‘선별환수’를 꾸준히 제기하고 있다.
나라살림연구소는 최근 연말정산 시 기본공제 항목을 삭제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기본공제란 소득세법상 본인 및 부양가족 1인당 소득 150만원씩을 공제해주는 제도다. 소득이 낮아 세금을 내지 않는 소득 하위 40% 가까운 사람들은 평소에도 공제혜택을 보지 못해 올해 이 항목을 없애도 영향이 없다.
반면 가령 연봉 5억원이 넘어 최대 42%까지 세금을 내는 고소득자에게는 63만원(150만X0.42)까지 나라가 돌려줄 세금을 아낄 수 있다. 이들은 재난지원금 50만원에 대한 과세분(21만원ㆍ50만X0.42)까지 내야 한다. 결국 초고소득층은 연말정산에서 애초보다 34만원을 더 내는 셈이 돼 이 금액이 재난지원금 재원 절약에 기여하게 된다.
홍순탁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조세ㆍ재정팀장은 “2020년 연말정산과 종합소득 신고 시 과세대상 소득에 재난지원금을 2~3배로 가산해 반영하자”고 제안했다. 예컨대 소득세율 15%를 적용받는 사람은 100만원을 일괄 지원받는 대신, 과세대상 소득에 200만~300만원을 더해 연말정산에서 30만~45만원을 더 납부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이 경우에도 평소 소득세를 내지 않는 저소득층 추가 부담이 없는 대신, 초고소득층은 사실상 재난지원금을 받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다.
유종일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장은 “올해 소득세에 특별부가세를 부과하자”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 제안에서도 소득이 올라갈수록 순혜택은 점점 작아지며, 소득이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오히려 혜택이 마이너스가 된다. 그는 “특별부가세율을 적절히 설정하면 중위소득 이하는 거의 회수가 안 되고 중위소득 2배 이상의 고소득자는 지원금을 신청할 유인이 전혀 없게 설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보편지급 후 선별환수’ 방안들의 공통적인 장점은 행정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점이다. 민간정책연구기관인 LAB2050의 윤형중 정책팀장은 “선별지급을 하려면 주민센터 공무원이 수혜자 심사를 하고, 추후 감사도 받아야 한다”며 “선별환수는 세법 개정만 이뤄지면 국세청에서 자동으로 할 수 있는 만큼 노동력이나 시간이 훨씬 적게 든다”고 주장했다.
세종=손영하 기자 froze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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