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균 국무총리는 8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을 위한 긴급재난지원금과 관련해 “고소득자에 대한 것(지원금)을 환수한다는 전제조건이 있다면 보편적으로 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청와대가 전날 여야 합의를 전제로 재난지원금의 전국민 지급안 수용 가능성을 시사한 데 이어 정 총리까지 보편지급안의 현실적 타당성을 언급하면서 재난지원금 100% 지급안의 현실화 가능성이 좀더 높아진 모양새다.
정 총리는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진행한 기자간담회에서 정치권에서 제기하는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대상을 100%로 확대에 대한 견해를 묻는 질문에 “현재 정부 입장은 당정협의 등을 통해 확정한, 70%에게 주자는 것”이라면서도 “그럼에도 내 생각이 어떤지 묻는다면 그렇다(100% 지급)”고 말했다.
정 총리는 재난지원금 보편지급 문제가 결국 정부 재정으로 감당할 수 있느냐를 달려 있다는 점을 감추지 않았다. 정 총리는 “신속성과 행정편의 차원에선 국민 100%에게 다 주는 게 쉽고 논란의 소지도 없다”면서도 “하지만 이것은 금액이 상당히 크다. 이런 경우는 개인적으로 선별적 복지, 즉 꼭 필요한 분에게 지원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나는) 그런 입장을 견지하는 사람”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현실적 타협안을 제시했다. 정 총리는 “지금은 급하고 속도전이 필요한 상황으로, 이런 때는 타협을 할 수도 있겠다”며 “말하자면 (긴급재난지원금을) 다 드리되 고소득자에 대해선 환수 장치가 마련된다는 전제조건이 충족되면 보편적으로 못할 일도 없지 않느냐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방식은 김경수 경남지사가 지난달 정치권에서 가장 먼저 국민 1인당 100만원의 재난기본소득 지급하되 고소득자의 경우 연말정산을 통해 세금으로 환수하도록 하자는 제안과 일정부분 맥락을 같이 한다. 경기도를 비롯한 재난기본소득 지급을 결정한 지방자치단체들의 경우 고소득자의 경우 자신의 몫을 기부해 취약계층에 지원할 수 있도록 하는 ‘착한 기부’ 방식을 적용하고 있기도 하다.
정 총리는 다만 재난지원금 보편 지급을 위해서는 여야 정치권을 비롯한 사회적 합의가 전제돼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정 총리는 “모두가 다 통일이 됐다면 정부로서는 훨씬 더 경청하게 될 터”라면서도 “아직은 각 정치 지도자들이 말하는 것이지 여당과 야당, 국회 전체의 통일된 의견이 나온 상황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아무리 마음이 급하더라도 최소한의 시간과 절차는 필요하다”며 대통령 긴급재정경제명령 발동에도 회의적 입장을 표했다. 기획재정부 등 예산 당국이 국채 발행이 아닌 세출 구조조정을 통해 재난지원금 지급 예산을 마련키로 한 만큼 물리적 시간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정 총리는 “긴급재난지원금은 속도가 굉장히 중요하며, 국민들이 힘들 때 지원해줘야 한다. 속도를 생각하면 이런 것, 저런 것 따지지 않고 하는 것이 좋지 않냐는 생각을 할 수도 있다”면서도 “재원 마련, 세입 예산을 확보할 시간이 필요하다. 아무리 마음이 급해도 내일 모레, 당장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고 지적했다.
이동현 기자 na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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