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發 기간산업 위기]
수요 감소ㆍ마진 악화까지 3중고… 가동량 줄이며 자구책 모색
국내 정유업계 1위 업체인 SK에너지는 지난달부터 공장 가동률을 85% 수준으로 낮췄다. 정기보수 등 공정관리도 없는 상황에서 이 업체가 가동률을 15% 이상 줄인 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처음이다. 현대오일뱅크 역시 가동률을 90% 수준으로 조정했고, GS칼텍스는 올해 하반기 예정됐던 전남 여수공장의 정기보수 일정을 지난 달 중순으로 앞당겨 실시 중이다. 에쓰오일은 창사 이래 첫 희망퇴직을 검토하고 있다.
국내 정유업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신음하고 있다. 수요 감소와 국제유가 폭락, 정제마진 악화 등을 포함한 ‘삼중고’가 더해지면서다.
12일 증권업계 등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과 GS칼텍스,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를 포함한 정유4사의 1분기 영업적자가 2조5,00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지금까지 정유업계에선 셰일가스 패권을 둘러싸고 산유국들 간 ‘가격전쟁’이 터졌던 2014년의 4분기 당시 영업손실(1조1,500억원)이 최악으로 평가됐다.
정유사 수익성 지표인 정제마진은 갈수록 악화일로다. 아시아 지역의 지표인 싱가포르 복합정제마진은 이달 첫째 주 배럴당 -1.4달러로, 3주 연속 제로(0)달러를 밑돌았다. 정제마진은 휘발유·경유 등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유 가격과 수송·운영비 등 비용을 뺀 금액이다. 일반적으로 국내 정유업체 정제마진의 손익분기점은 배럴당 4달러로 보고 있다. 공장을 돌릴수록 손해란 얘기다.
그렇다고 공장 가동을 전면 중지할 수도 없는 형편이다. 저장 탱크가 포화이다 보니, 2~3개월 전 구매한 원유들을 계속 처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 공장을 멈춘다 해도 재가동하는데 한 달 이상 걸리는 탓에 정유사들은 가동량을 줄이는 방식으로 손실 줄이기에 애쓰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에 따른 글로벌 수요 급감과 유가폭락 역시 악재다. 아울러 지난 10일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과 비회원국을 아우르는 ‘OPEC+’가 하루 1,000만 배럴의 감산을 추진했지만, 최종 타결엔 실패한 것도 부정적이다.
이에 최근 정부에선 원유 관세와 석유수입부과금 징수를 각각 2개월, 3개월 유예하는 등의 비상대책을 내놨다. 국내 정유 4사가 지난해 정부에 납부한 석유수입부과금은 약 1조4,000억원이었다.
하지만 업계에선 관세(3%) 인하 등의 파격적인 추가 지원책이 절실하다고 입을 모은다. 한 정유업체 관계자는 “지금은 어느 한 회사가 망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위기다”며 “업계가 무너지지 않기 위해서는 추가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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