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전 미래통합당 총괄선대위원장이 자신이 이끄는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을 두고 자중지란에 빠진 통합당에 대해 “생존의 문제가 달렸는데, 그런 데 대한 개념이 없는 것 같다”고 맹비난하며 “나도 더 이상 관심이 없다”고 20일 밝혔다. 비대위 구성에 반발하는 기류를 정리하지 못한다면 비대위를 이끌 생각이 없다는 통첩으로 풀이된다.
김 전 위원장은 이날 본보와 통화에서 “(미래한국당 의석을 포함해) 103석을 확보했다고 하지만, 가장 중요한 과제는 어떻게 당을 추슬러야 다음 대선을 제대로 할 수 있느냐를 생각하는 것”이라며 “그런데 그 사람들이 아직 그런 데 대한 개념이 없는 것 같다. 그래서 나도 더 이상 관심이 없다”고 말했다.
김 전 위원장은 선거 패배 원인을 분석하고 반성하기보다 자리싸움에만 골몰하고 있는 듯한 통합당의 상황을 강하게 비판했다. 김 전 위원장은 “과거에도 그 사람들을 경험해봤는데, 그 당의 생리가 그렇다”며 “지난번 선거(20대 총선)에서도 공천 문제니 뭐니 해서 선거가 그렇게 됐단 걸 아직도 반성을 못한다”고 했다.
이어 김 전 위원장은 당내에서 고개를 드는 백가쟁명식 수습책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조경태 최고위원 등이 주장하는 ‘수습형 비대위 이후 조기 전당대회’ 안과 관련해 “지금부터 8월까지 (하라고 하면) 뭘 하러 가겠나. 그건 상식에도 맞지 않는 소리”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또 김태흠 의원이 “외부인사에 당을 맡아 달라고 하는 건 원칙과 상식에도 벗어나고 무책임한 월권행위”라고 주장한 데 대해서는 “내부에서 하든, 외부에서 하든 자기네 생존을 위해 무엇이 가장 효율적인가를 생각해야지, 이런 저런 이야기를 자꾸 해봐야 의미가 없다”고 했다.
김 전 위원장이 부정적 의사를 밝혔지만, 아직 ‘김종인 비대위’ 카드가 불발됐다고 보긴 이르다. 김 전 위원장은 통합당 총괄선대위원장을 맡을 때도 최고위원회 내부에서 반대 의견이 나오자 합류를 거부했지만, 이후 황교안 전 대표의 삼고초려 끝에 수락했다.
통합당은 이날 오후 4ㆍ15 총선 참패 이후 첫 의원총회를 열고 새 지도체제 구성과 향후 노선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비대위 구성을 놓고 의원들 간 격론이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
홍인택 기자 heute12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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