펙사벡 임상 3상 ‘환자 40% 사망’ 작년 3월 美서 통보 받아
주식 판 대주주 거액 챙기고 소액주주 피해… 문은상 대표 구속
신라젠 경영진들이 면역항암치료제인 ‘펙사벡’의 임상 3상 실패 가능성이 높다는 정보를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공식 발표 4개월 전에 이미 파악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신라젠 일부 경영진이 주가하락에 따른 손실을 피하려고 ‘임상 실패’라는 미공개정보를 이용해 사전에 주식을 매각한 것으로 보고 있다.
12일 한국일보가 신라젠 전ㆍ현직 인사 등을 취재한 결과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1부(부장 서정식)는 FDA가 2015년 펙사벡의 임상 3상을 승인하면서 환자 100% 사망시점을 임상 종료시점으로 보지 않고, 이례적으로 환자 40%가 사망하면 미국 데이터모니터링위원회(DMC)로부터 무용(無用)성 평가를 받도록 요청한 사실을 파악했다. 신라젠이 2014년 펙사벡 개발업체였던 미국 제네렉스를 사들일 당시 임상 2상이 실패한 상황에서 인수했던 점을 감안해 좀더 엄격한 기준을 적용한 것이다. 무용성 평가란 신약이 환자에게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 것으로 예상될 때 사전에 검증하는 절차다.
검찰은 압수물 분석과정에서 ‘임상 실패’ 판단의 기준이 되는 ‘임상 환자 40% 사망’ 정보를 신라젠이 지난해 3월 말에 이미 미국에서 통보 받은 사실을 확인했다. 신라젠이 임상 3상 중단을 언론과 투자자에게 공식적으로 알린 지난해 8월 2일보다 넉 달 정도 앞선 시점이다. 그사이 신라젠 일부 경영진이 주식을 매도해 거액의 손실을 회피했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검찰은 임상 3상 결과를 부정적으로 예상한 신라젠 연구진의 내부문건도 확보했다.
신라젠 주가는 지난해 8월 초 미국 DMC가 펙사벡의 임상 3상 시험 중단을 권고하면서 썰물처럼 빠졌다. 한때 15만원까지 올라갔던 주가는 1만원대까지 폭락해 소액주주들이 큰 피해를 봤다.
검찰은 이와 함께 신라젠 경영진이 펙사벡 개발과 관련해 불리한 정보는 감추고 유리한 정보는 과장하는 방식으로 인위적으로 주가를 띄운 정황들도 포착했다. 검찰은 신라젠이 펙사벡을 이용한 임상 2상 가운데 이미 알려진 두 가지 실험 이외에 추가로 두 차례 실험을 더 진행한 사실을 파악했다. 검찰은 추가 진행된 두 차례 실험이 모두 실패했는데도, 신라젠 경영진이 주가하락을 우려해 실험 결과를 공개하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또 신라젠 경영진이 펙사벡의 치료효과나 FDA 승인 가능성을 과장하거나 허위로 홍보했다고 보고, 상장 이후 진행된 언론 인터뷰와 보도자료 등을 정밀 분석하고 있다. 신라젠은 2016년 12월 기술특례상장으로 코스닥 시장에 입성한 후 임상 3상 성공 기대감으로 공모가의 10배까지 주가가 치솟았다. 문은상 대표는 주가상승 시기에 미리 주식을 팔아 치워 1,326억원을 현금화하는 등 거액의 시세차익을 봤다.
신라젠은 한국일보 취재내용에 대해 “대부분 사실이 아니기 때문에 답변할 내용이 없다. 특히 임상 결과를 숨기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서울남부지법 성보기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증거인멸과 도주 우려가 있다”며 검찰이 청구한 문은상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문 대표는 2014년 3월 대금납입 없이 페이퍼컴퍼니를 이용해 신라젠이 발행한 350억원 상당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취득해 1,928억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자본시장법상 사기적 부정거래) 등을 받고 있다. 검찰은 이용한 전 신라젠 대표와 곽병학 전 감사를 같은 혐의로 지난 4일 구속 기소했다.
김정현 기자 virtu@hankookilbo.com
박지연 기자 jyp@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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