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유가가 사상 처음으로 마이너스 가격대를 기록하면서 뉴욕증시 3대 지수가 일제히 하락 마감했다.
20일(미국 동부 시각)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592.05포인트(2.44%) 하락한 2만3,650.44에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전장보다 51.40포인트(1.79%) 내린 2,823.16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도 89.41포인트(1.03%) 하락한 8,560.73에 장을 마감했다.
유가가 또다시 기록적으로 폭락하면서 위험자산 전반의 투자 심리를 저해했다. 서부텍사스원유(WTI) 5월물 가격은 이날 배럴당 마이너스(-) 37.63달러까지 떨어졌다. 전일 대비 낙폭은 무려 300%를 넘었다. 유가가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은 사상 처음이다.
매도자가 돈을 얹어주고 원유를 파는 것으로, 수요가 아예 실종됐다는 의미다. 이런 비정상적인 상황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원유 수요가 급감하고 공급이 넘치는 상황에서 원유시장의 ‘선물 이벤트’가 겹치면서 수요 자체가 붕괴했다는 분석이다.
5월물 WTI 만기일(21일)을 앞두고 선물 투자자들은 5월물 원유를 실제로 인수하기보다는 대부분 6월물로 교체한 것으로 풀이된다. 재고가 넘쳐나고 원유저장 시설을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일제히 6월물 선물로 갈아타면서 5월물이 마이너스권까지 밀리는 비정상적 상황이 현실화했다는 것이다.
5월 WTI 움직임이 특수한 상황을 반영한 만큼 증시에 그만큼의 충격이 곧바로 전해지지는 않았지만, 투자자들을 불안하게 만들었다. 6월물 WTI도 가격은 배럴당 20달러대를 유지했지만, 전장 대비 낙폭이 18%를 넘는 등 마찬가지로 불안했다.
장 초반의 유가 폭락에도 나스닥이 상승세로 돌아서는 등 증시는 비교적 견조한 흐름을 보였지만, 장 후반 유가가 끝내 마이너스까지 떨어지자 재차 반락했다.
이번 주부터 기업 실적 발표가 본격화하는 점도 불안 요인이다. S&P 500 기업 중 약 100개가량이 실적을 내놓을 예정이다. 특히 델타 항공 등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받은 항공사의 실적 발표가 예정돼 있어 투자자들의 긴장감이 높아졌다.
이날 발표된 경제지표도 부진했다. 시카고 연방준비은행은 지난 3월 전미활동지수가 -4.19로, 전월의 0.06에서 하락했다고 발표했다.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에서 변동성지수(VIX)는 전 거래일보다 14.89% 급등한 43.83을 기록했다.
김기중 기자 k2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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