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라임자산운용 펀드 환매 중단 사태에 연루된 관련자들을 속속 재판에 넘기고 있지만, 라임 펀드를 기획한 이종필 전 라임자산운용 부사장과 라임 정상화를 꾀했던 ‘라임 전주’ 김봉현 회장의 행방은 확인되지 않고 있다. 핵심 인물들이 잠적하는 바람에 검찰 수사도 주변을 맴돌고 있는 가운데, 올해 1월 라임 측이 재향군인회 상조회 인수를 통해 라임을 정상화하려 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이 전 부사장과 김 회장이 도주 중에도 라임에 영향력을 행사한 의혹이 추가로 제기되고 있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라임 사태를 수사 중인 검찰은 지난해 11월 종적을 감춘 이 전 부사장이 올해 1월 말쯤 서울 명동 호텔과 강원 정선군 리조트 등을 활보했다는 진술을 운전기사 한모씨로부터 확보했다. 한씨는 지난해 11월 코스닥 상장사 리드 횡령 사건과 관련해 구속 위기에 처한 이 전 부사장이 도주한 뒤로는 김 회장 밑에서 일했고, 김 회장의 도피 자금을 환전하는데도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씨는 지난 13일 이 전 부사장과 김 회장의 도피를 도운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이 전 부사장이 잠적한 뒤 다시 모습을 드러낸 해올 1월은 김 회장이 재향군인회 상조회 인수 작업을 마무리하고 있던 시점이다. 김 회장은 지난해 12월 향군상조회인수컨소시엄이라는 회사를 급조해 상조회 매입을 시도했는데, 상조회 인수 자금을 댄 곳은 라임으로 드러났다. 라임은 지난 1월 김 회장이 실소유하고 있는 코스닥 상장사 스타모빌리티의 전환사채(CB)를 195억원에 인수했고, 김 회장은 이 돈을 빼돌려 상조회 매입 대금을 납부했다.
라임 돈이 상조회로 흘러 들어가는 과정에는 이 전 부사장의 직속 부하인 김모 전 라임 대체투자운용본부장도 개입돼 있다. 김 전 본부장은 스타모빌리티 전환사채 대금을 상조회 인수에 전용하도록 도와준 혐의(특정경제가중처벌법상 배임)로 20일 구속 기소됐다. 이미 1조 6,000억원 가량 펀드 환매가 중단돼 고객들에게 투자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상황에서 버젓이 이 전 부사장 일당들이 수백억을 빼돌린 셈이다. 이들은 상조회를 인수한 뒤 상조회에 예치된 선수금을 빼내 라임을 정상화한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선수금 인출에 실패한 뒤 상조회를 보람상조에 재매각했다.
검찰은 특별검거팀을 꾸려 이 전 부사장과 김 회장의 행방을 쫓고 있다. 또 검거된 피의자들을 상대로 두 사람의 소재를 추궁하고 있다.
이현주 기자 mem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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