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범여권의 대표 정치논객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마이크를 내려놓았다. 4ㆍ15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을 휩쓴 ‘180석 발언 논란’의 여파로 정치비평 중단을 선언한 것이다. 현실 정치와 거리를 뒀지만 남다른 상징성 덕에 늘 여권 핵심 목소리로 여겨진 ‘미스터 직설화법’의 퇴장이 남긴 여운이 길다.
시작은 선거 직전 방송에서 “범진보 180석도 가능”을 내다본 전망 발언이었다. 이 발언은 총선 막바지 야권 공세의 빌미가 됐다. 보수 결집을 부르자 여당도 난색을 표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예측은 실제 결과에 근접했다. 하지만 유 이사장은 “제 발언으로 누군가 낙선했다는 견해의 사실 확인은 어렵지만 토론하면 생채기가 날 것 같다”며 정치 비평 은퇴 뜻을 밝혔다.
여권에게 ‘유시민의 직설’은 줄곧 양날의 검이었다. 직설적인 표현이나 단정적 진단 탓에 때론 논란을 불렀고, 선명하고 날 선 분석이 진보개혁 진영의 구심이 되기도 했다.
대표 논객의 갑작스런 은퇴 선언에 여권의 표정은 복잡미묘하다. 이근형 더불어민주당 전 전략기획위원장은 18일 페이스북에 “그간 유 이사장께서 진영 전체와 당에 준 도움은 그 크기를 가늠하기 어렵다. 정치비평 중단 결정을 재고해주시길 부탁 드린다”고 썼다.
21일 유튜브 ‘알릴레오 시즌2’ 마지막 방송에서 유 이사장은 “말을 많이 하다 보면 틀린 말을 하게 되고, 안 하면 더 좋았을 말도 하게 된다. 정치 비평을 그만하려 한다”고 선언했다. 첫 방송을 선 보인 지 1년 4개월 만이다. 민주화운동가, 정당인, 국회의원, 장관, 대선주자, 칼럼니스트, 정치평론가로 거듭 변모해 온 그의 다음 행보에 진보 개혁 진영의 이목이 쏠린다.
김혜영 기자 shi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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