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 추경 43일 만에 2차 통과… 與 곧바로 실업자ㆍ기업 지원 등 “3차추경 착수”
긴급재난지원금을 모든 국민에게 주기 위한 14조3,000억원 규모의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이 2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지난달 17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1차 추경(11조7,000억원)’에 이어 43일 만에 이뤄진 합의로, 한 해 두 차례 추경은 2003년 이후 17년 만이다. 추경에 필요한 ‘실탄’을 어떻게 확보할지 여부를 놓고 막판까지 대립한 여야는 국채 발행 규모를 줄이기로 했다. 대신 정부의 기존 사업 예산을 더 깎는 방식으로 접점을 찾았다. 이에 따라 긴급재난지원금은 청와대가 밝힌 일정대로 기초생활수급자 등 취약 가구에는 이르면 다음달 4일부터, 나머지 가구엔 다음달 11일 이후 지급될 전망이다.
국회는 이날 본회의를 열어 재석의원 206명 중 찬성 185명, 반대 6명, 기권 15명으로 이 같은 내용의 추경안을 가결 처리했다. 추경안에 따르면,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대상 확대(소득 하위 70% 가구→전 가구)에 필요한 추가 재원 4조6,000억원 중 3조4,000억원은 적자국채를 발행해 메우기로 했다. 나머지 1조2,000억원은 정부의 기존 사업 예산을 추가로 깎아 마련하기로 했다. 민주당 예결위 간사인 전해철 의원은 “(기존 예산을 깎는) 세출 구조조정으로 확보하는 금액을 2,000억원 정도 늘리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이달 16일 국회에 제출한 추경안은 소득 하위 70% 가구에만 최대 100만원을 주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이에 필요한 재원 9조7,000억원 중 7조6,000억원은 공무원 인건비, 도로ㆍ철도 등 사회간접자본(SOC) 사업 등 분야의 예산을 삭감해 마련하고, 나머지 2조1,000억원은 지자체가 부담하는 방식이었다.
이후 4ㆍ15 총선 과정에서 ‘모든 국민 지급’을 공약한 민주당의 뜻이 기획재정부 반대를 누르고 관철되면서 추경 규모는 정부안보다 4조6,000억원 늘어났다. 민주당과 정부가 이를 전액 빚으로 메울 계획을 세우자, 통합당은 “빚 잔치”라며 반발했다. 결국 여야는 26일 ‘국채 3조6,000억원+기존 예산 추가삭감 1조원’ 절충안에 합의했고, 29일 국채발행 규모가 추가로 2,000억원 줄어든 것이다.
여야는 △공무원 연가보상비(-820억원) △군ㆍ경찰 차량 유류비(-730억원) △연내 집행이 불가능한 SOC 사업(-2,000억원) 등의 예산을 추가 삭감하는 한편, 주택도시기금 내 여유자금 약 3,500억원을 끌어 오는 방식으로 1조 2,000억원을 마련한 것으로 전해졌다.
여야는 이날 본회의에서 고소득자가 긴급재난지원금을 기부하는 절차를 규정한 ‘기부금 모집 및 사용에 관한 특별법’도 통과시켰다. 긴급재난지원금을 신청한 뒤 기부 의사를 밝히거나, 신청 개시일로부터 3개월 내 신청을 하지 않으면 기부로 간주된다. 민주당은 전체 가구 중 10~20%가 기부에 동참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단순 계산하면 1조4,000억~2조8,000억원 정도가 기부금으로 모이는 셈이다. 정부는 기부금을 고용보험기금 수입으로 처리해 실직자 지원 등에 쓸 방침이다.
민주당은 즉각 3차 추경 준비에 돌입했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당정은 바로 3차 추경 편성 및 처리 준비를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예산 당국은 21대 국회가 열리는 6월 초 국회 제출을 목표로 3차 추경안 편성 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실업자 286만명 긴급 지원, 경기침체에 따른 세수 ‘펑크’ 보충, 기업 자금지원을 위한 국책은행 자본확충 등 사용처를 고려하면 3차 추경 규모는 30조원에 달할 것으로 관측된다. 한 해 세 차례 추경을 편성하게 되는 건 1972년 이후 48년 만이다.
박준석 기자 pj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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