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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김정은 인포데믹’에 대한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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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김정은 인포데믹’에 대한 우려

입력
2020.04.30 04:30
수정
2020.04.30 23:50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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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신변 이상설과 관련해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윤상현 외통위원장 주재로 전문가 간담회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신변 이상설과 관련해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윤상현 외통위원장 주재로 전문가 간담회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이달 21일 미국 CNN 방송 보도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건강 이상설이 전세계로 확산된 지 9일이 흘렀다. 김 위원장이 심혈관계 시술을 받았다는 보도(20일 데일리nk)에서 출발해 중태설, 심장수술설, 뇌사설, 사망설 등 각종 설(說)이 지금도 나돈다. 익명의 ‘소식통’ 전언에 근거한 추측성 보도도 넘쳐난다. 한국과 미국 정부가 “북한에 특이 동향이 없다”고 여러 차례 밝힌 뒤에도 풍문은 가라앉지 않는다.

사실 확인을 위해 전화를 할 때마다 정부 당국자들은 이렇게 되묻는다. “‘아니면 말고’식 보도에 대한 책임은 누가 집니까?” 뜨끔했다.

언론의 설익은 보도는 ‘가짜 뉴스(fake news)’를 양산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지라시’를 타고 가짜 뉴스가 무한 증식했다. 여기저기 떠다니는 괴담 내용은 ‘창의적’이라 불러도 될 정도다.

어느 유튜버는 북한 관영 매체가 김 위원장의 사망 소식을 발표하는 장면을 담은 영상을 올렸다. 인터넷 언론들이 앞다퉈 전했으나, 조작이었다. 수십 만 명이 영상을 본 뒤였지만, 유튜버는 영상을 비공개로 바꾸고는 끝이었다. 이보다 어울릴 말은 없을 것이다. “아니면 말고!”

북한은 지극히 폐쇄적인 나라다. 정보가 좀처럼 흘러 나오지 않는다. 북한 관련 언론 보도는 ‘소식통’의 이름을 내세운 비공식 정보를 기반한 경우가 많다. 취재원 보호가 1차 목적이지만, 언론의 신뢰성을 스스로 깎아 내리는 관행이기도 하다. 어차피 오보로 판명 난다 해도, 북한이 정정보도 요구를 할 리 없다. 이런 언론 환경 속에 ‘카더라 통신’이 꽃을 피운다.

북한 최고위층 신변에 이상이 생기면 국경과 평양시내 경계 강화, 군사 이동 증가, 통신량 급증 등 징후가 나타날 것이다. 그러나 아직 그런 동향은 없다는 게 정보 당국의 판단이다. 김 위원장의 잠행이 이례적인 일도 아니다. ‘최고 존엄’의 건강 상태를 정확하게 아는 건 북한에서도 극소수의 사람들뿐일 것이다.

소문과 추측이 섞인 정보가 감염병처럼 퍼지는 ‘인포데믹(infodemic)’. ‘김정은 인포데믹’이 번진다고 당장 안보 위협으로 이어지는 건 아니다. 전쟁을 걱정하며 라면과 쌀을 사재기할 사람도 별로 없을 것이다. 그러나 무책임한 가십성 보도가 쌓일수록 북한에 대한 불신과 공포도 함께 쌓인다. 한반도 평화ㆍ안전과 직결된 북한 문제가 ‘아니면 말고’식으로 다룰 일인가. 자문해 볼 일이다.

김지현 기자 hyun162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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