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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박고, 테이프 끊고, 담배 피우고… 김정은 건재 과시 ‘연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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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박고, 테이프 끊고, 담배 피우고… 김정은 건재 과시 ‘연출’

입력
2020.05.03 17:25
수정
2020.05.03 23:51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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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金 깜짝 등장’ 보도 보니, 걷는 영상 많고 준공식 테이프 잘라

단상 뒤 ‘5월 1일’ 간판도… 김여정, 서열 위 김덕훈보다 상석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노동절(5·1절)이었던 지난 1일 순천인비료공장 준공식에 참석했다고 조선중앙TV가 2일 보도했다. 조선중앙TV 화면 캡처. 연합뉴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노동절(5·1절)이었던 지난 1일 순천인비료공장 준공식에 참석했다고 조선중앙TV가 2일 보도했다. 조선중앙TV 화면 캡처.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일 잠행을 깨고 공개 석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김 위원장 건강을 놓고 전세계가 20여일간 출렁인 것을 염두에 둔 듯, 그가 건재하다는 메시지를 대내ㆍ외로 전파하기 위한 연출이 곳곳에서 포착됐다.

2일 북한 조선중앙TV는 1일 평안남도 순천의 인비료공장 준공식에 참석한 김 위원장의 일거수일투족을 공개했다. 화면 속 김 위원장은 평소와 다름 없는 걸음걸이로 등장, 현지 관계자들과 인사를 나눈 뒤 단상에 서서 준공 테이프를 가위로 직접 잘랐다. 팔짱을 끼고 환하게 웃는 표정으로 현장 관계자의 설명을 듣는가 하면, 실내에선 재떨이를 곁에 놓고 담배를 피웠다. ‘심혈관계 질환으로 사망했다’ ‘수술 중 뇌사에 빠졌다’ 같은 미확인 루머를 대번에 불식시킨 장면이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원은 3일 “이번 준공식 행사 보도에는 김 위원장이 걸어 다니는 모습이 평소보다 많이 담겼다”며 “(김 위원장 동선의) 핵심만 편집해 내보내는 평소 보도 관행과 달랐다”고 말했다. 이어 “김 위원장의 건강을 둘러싸고 온갖 억측이 쏟아진 상황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건강이상설'이 제기됐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노동절인 1일 순천린(인)비료공장 준공식에 참석했다고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2일 1면에 보도했다. 노동신문. 뉴스1
'건강이상설'이 제기됐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노동절인 1일 순천린(인)비료공장 준공식에 참석했다고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2일 1면에 보도했다. 노동신문. 뉴스1

김 위원장이 앉은 단상 뒤쪽에 ‘2020년 5월 1일’이라고 적힌 대형 사진을 세운 것도 이례적이다. 통상 북한 매체들은 김 위원장의 동선 노출을 줄이기 위해 김 위원장이 특정 장소를 방문한 날짜를 공개하지 않는다. 북한이 5월 1일이라는 날짜를 명기한 것 역시 김 위원장 신변을 둘러싼 국내외 억측을 일축하기 위한 연출로 해석된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자문연구위원은 “김 위원장의 신변 이상설은 북한 내부에도 어느 정도 퍼져 있었을 것”이라면서 “내부 동요는 물론 외부의 의심을 해소하기 위해 그가 정상적으로 국정을 돌보고 있다는 확실한 증거물을 공개하고 싶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이 방문한 순천인비료공장은 김 위원장이 올해 1월 6일 새해 첫 현지지도 장소로 택한 곳이다. 김 위원장이 ‘깜짝 등장’ 장소로 비료공장을 고른 데엔 대북 제재로 인한 식량난과 경제난을 자력갱생으로 돌파하겠다는 의지가 담겼다. 정부 관계자는 “김 위원장은 잠행하기 전까지는 단거리 발사체 발사 참관 등 군사 분야 행보에 집중했지만, 당분간은 민생 경제 분야 현장지도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김 위원장을 ‘그림자 수행’해 온 동생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의 정치적 위상이 날로 격상되고 있는 점도 이번 사태를 통해 확인됐다. 준공식 단상 좌석 배치를 보면, 김 위원장의 오른쪽으로 박봉주 국무위원회 부위원장, 김 제1부부장, 김덕훈 당 부위원장 순으로 앉았다. 김 제1부부장이 공식 서열이 더 높은 김덕훈 부위원장보다 상석에 앉은 것이다. 김 제1부부장은 최근 본인 명의의 대남ㆍ대미 담화를 내는 등 최고 지도자의 ‘입’ 역할을 하고 있다.

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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