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기대감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의 경기 부양의지에 힘입어 뉴욕증시를 비롯한 글로벌 주요 지수가 급등했다. 백신주뿐 아니라 코로나19로 고전을 면치 못했던 항공주, 금융주까지 10% 안팎의 상승세를 보이며 강한 훈풍을 탔다. 경기 회복 기대감에 국제유가도 오르며 증시를 뒷받침했다.
◇뉴욕3대 지수 3% 급등
18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다우지수는 전장 대비 3.85%(911.95포인트) 오른 2만4,597.37에 마감했다. S&P500 지수는 3.15%(90.21포인트) 오른 2,953.91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2.44%(220.27포인트) 오른 9,234.83으로 각각 장을 마감했다. 다우지수와 S&P500의 상승폭은 4월 초 이후 가장 컸다. 영국 런던 증시(4.29%)와 독일 프랑크푸르트 증시(5.67%), 프랑스 파리 증시(5.16%), 범유럽지수인 유로스톡스(5.10%) 등도 5% 안팎으로 올랐다.
세계 각국이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임시폐쇄(셧다운)를 완화하고 경제 활동 재개에 시동을 걸고 있는데다, 미국 바이오기업 ‘모더나’가 1단계 임상시험에서 긍정적인 성과를 거뒀다는 소식이 전해지는 등 백신개발에 속도가 붙으면서 투자 심리가 개선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 같은 소식이 알려지면서 나스닥에서 모더나는 20% 폭등했다. 유럽연합(EU)이 수일 내에 에볼라 치료제 ‘렘데시비르’를 코로나19 치료제로 조건부 판매 승인할 수 있다는 외신보도도 나왔다.
코로나19 종식 기대감에 그간 소외됐던 항공주와 리조트주 역시 큰 폭으로 뛰었다. 항공주인 델타와 유나이티드에어라인은 각각 13%, 21% 올랐고 크루즈 운영업체 카니발 15%, MGM리조트는 10.5% 상승했다. 잇따른 금리인하로 급락했던 금융주 역시 웰스파고 9%, 뱅크오브아메리카(BOA) 7%, 씨티그룹 5.3%, JP모건체이스 5.3% 등 상승세를 보였다. 켄 폴카리 슬레이스톤자산운용 수석시장전략가는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모더나의 (임상시험) 결과가 긍정적이었다는 사실이 확실히 랠리를 촉발했다”고 말했다.
◇연준 “대출 동원력 한계 없어”
연준이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강한 부양의지를 보인 점도 증시를 끌어올렸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이날 CBS 프로그램에 출연, “우리가 가진 실탄은 결코 떨어지지 않았다”면서 “대출 프로그램 동원력엔 사실상 한계가 없다”고 말했다. 파월 의장의 발언은 미 정부가 기업 대출 프로그램을 통해 지속적으로 추가 부양에 나서겠다는 의미로 해석되면서 시장에 자신감을 불어넣었다.
그는 경제회복이 기대했던 것만큼 빠르지 않을 수도 있다면서도, 하반기에는 경제가 반등할 것이란 의견도 내놨다. 시장 참가자들은, 지난주 그가 “경제가 심각한 하방 위험에 직면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던 것에 비해 수위가 다소 완화된 것으로 받아들였다.
국제유가도 8% 안팎으로 치솟으며 증시를 지지했다. 계약 만기일(19일)을 하루 앞둔 이날 뉴욕상업거래소에서 6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전장대비 8.1% 오르며 배럴당 30달러 선을 되찾았다. 5월물 WTI가 만기일 전날인 지난달 20일 초유의 마이너스(-37달러)를 기록한 것과는 정반대 상황이 된 셈이다. WTI가 30달러 선을 회복한 것은 두 달 만이다. 장중 한때는 13% 폭등하면서 33달러를 웃돌기도 했다.
이는 세계 각국이 코로나19 불안을 떨쳐내고 경제활동을 재개하면서 원유 수요가 일정 부분 회복하지 않겠느냐는 기대감이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반면 국제금값은 1%대 내렸다. 뉴욕상품거래소에서 6월 인도분 금은 전 거래일보다 온스당 1.3%(21.90달러) 하락한 1,734.4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글로벌 증시가 강세를 보이면서 안전자산인 금의 투자매력이 줄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허경주 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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