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통합당이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당선자 비리를 캐기 위해 ‘국정조사 카드’를 꺼냈다가 반나절도 안돼 ‘신중론’으로 입장을 바꿨다. 민주당 협조 없이는 국정조사 실현 가능성이 낮은 데다, 섣부른 접근으로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21대 국회 원 구성 협상을 앞두고 민주당 압박 카드로 활용한다는 전략적 판단도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김성원 통합당 원내수석부대표는 19일 오전 9시 30분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국민적 공분이 큰 사안이니 (국정조사를)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통합당 지도부의 입장으로 받아들여졌다. 윤 당선자와 정의기억연대(정의연)을 둘러싼 의혹이 쏟아져 나오자 통합당이 본격적인 공세 모드로 들어간 것으로 해석됐다. 국정조사가 성사되면 2016년 11월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 사건 진상규명 국정조사’ 이후 3년 7개월 만이다.
그러나 통합당은 90분 뒤인 오전 11시쯤 “국조는 너무 많이 나갔다”며 수습에 나섰다. 배현진 원내대변인은 “너무 나간 얘기”라고 말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국정조사 관련 기자들의 질문에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았다. 이어 배 원내대변인은 이에 대해 “국정조사 추진에 대해 혼란이 있었다”며 “윤 당선자 사안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21대 국회에서 논의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정도”라고 덧붙였다.
통합당의 국정조사 시사는 대여 압박용 카드란 분석에 무게가 실린다. 민주당이 찬성하지 않는 한 국정조사 실시는 어차피 불가능하다. 국정조사는 국회 본회의에서 재적의원 과반 이상 찬성으로 의결해야 하는데, 통합당과 미래한국당이 모두 찬성한다고 해도 찬성표가 103표로, 의결정족수에 미달한다. 민주당도 ‘국정조사 운운은 과도한 정치공세로, 받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때문에 통합당이 여대야소 상황을 돌파하고 협상력을 높이려는 전략 차원에서 국정조사 카드를 띄워 본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류호 기자 ho@hankookilbo.com
홍인택 기자 heute12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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