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 시장의 40% 이상을 점유하며 10년 이상 독보적인 1위 자리를 고수해온 멜론이 ‘트레이드 마크’인 실시간 차트를 폐지하기로 했다. 일단 차트 상위권에만 올라가면 꾸준히 높은 수익을 얻을 수 있는 구조가 정착되며 ‘사재기’, ‘스트리밍 공장’ 등 부작용이 다수 발생했기 때문이다.
19일 카카오에 따르면 멜론은 올해 상반기 안에 1시간 단위로 재생량을 집계해 순위를 공개하는 현행 실시간 차트를 폐지하고, 24시간 기준 집계 방식의 새 순위표를 공개할 예정이다. 최근 24시간을 기준으로 한 곡당 1인이 1회 재생하는 횟수를 집계해 1시간마다 업데이트하는 방식이다.
멜론이 이런 조치를 내놓은 것은 차트 경쟁이 과도해지며 편법과 부작용이 속출했기 때문이다. 불법 아이디와 단말기 등을 동원해 특정 노래나 앨범을 계속해서 재생하는 ‘스트리밍 공장’, ‘사재기’나, 인기 아이돌의 새 음반이 발표될 때마다 팬들이 밤새 스트리밍을 돌려 수록곡까지 몽땅 ‘줄세우기’를 하는 행동 들이 결과적으로는 일반 이용자들에게 불편을 초래했다.
사재기 등이 음원 시장을 넘어 사회적으로도 문제가 되자, 업계 4위 네이버 바이브와 업계 3위 SK텔레콤 플로 등은 이미 차례로 1시간 단위 차트를 폐지했다. 이번에 시장 1위 멜론이 흐름을 따르면서 2000년대 초반부터 이어져 오던 실시간 차트 서비스는 사실상 사라지게 됐다.
멜론은 실시간 차트 폐지뿐 아니라 순위와 등락 표기를 없애는 등 추가 조치도 취하기로 했다. 순위대로 곡을 배열하는 대신 다른 기준을 적용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멜론 측은 “순위 경쟁을 지양하고 이용자들이 더 많은 곡을 발견하고 들을 수 있도록 다양성을 넓히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글로벌 최대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인 ‘스포티파이’가 올해 내로 한국 진출을 예고하는 등 시장 상황이 격변하는 상황에서 멜론이 쇄신을 위한 자구책을 마련한 것이라고 분석하기도 한다. 스포티파이나 애플뮤직과 같은 해외 음원 플랫폼에서는 실시간 차트 대신 24시간 기준 또는 데일리 차트를 제공하며, 이보다 개인 맞춤형 음악 추천 서비스를 앞세우고 있다.
곽주현 기자 zo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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