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세계보건기구(WHO)가 중국에 편향된 입장을 취하고 있다며 영구적 자금 지원중단 및 회원국 지위 재고 등 압박에 나서자 국제사회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비판하고 나섰다.
파델라 차이브 WHO 대변인은 19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서한을 봤지만 지금 당장은 반응을 보이지는 않겠다”라고 말했다. 차이브 대변인은 “우리는 세계보건총회(WHA) 의제를 마무리 짓느라 아주 바쁘다. 트럼프 대통령의 서한에 대해 하루 안으로 좀더 명확한 입장을 낼 것”이라고 밝혔다. 비르지니 바투헨릭손 유럽연합(EU) 외교안보정책 대변인은 19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지금은 연대할 때”라면서 “손가락질을 하거나 다자간 협력을 저해할 때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중국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자오리젠(趙立堅)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트럼프 대통령 발언에 대한 평론을 요구받고 “미국은 중국의 방역 노력을 헐뜯고, 자신의 방역 실패에 대한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현재 미국과 세계 여러 지역에서 코로나19는 여전히 만연하고 있다”며 “지금 가장 시급한 것은 힘을 합쳐 생명을 구하고, 경제를 회복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의 WHO 분담금 중단 경고에 대해서는 “WHO 분담금은 회원국이 합의해 제정한 것으로 미국 혼자 결정하는 것이 아니다”며 “책정된 분담금을 납부하는 것은 회원국으로서 미국의 당연한 의무이지 흥정을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18일 트위터에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에게 보낸 4쪽 분량 서한을 공개해 “WHO가 코로나19 사태 초기에 발병 관련 보도를 무시했으며, 지나치게 친(親)중국적”이라고 적시하면서 “당신과 당신의 기구가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대응에서 반복적으로 한 실책 때문에 전 세계가 엄청난 대가를 치른 점은 명확하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WHO가 향후 30일 이내에 상당한 실질적 개선을 이루는데 헌신하지 않는다면 나는 WHO에 대한 미국의 일시적 자금 중단을 영구적으로 전환하고 우리가 이 기구 회원국인 것을 재고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진욱 기자 kimjinu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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