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종단 지도자 공동 호소문
종교계가 최근 제기된 정의기억연대(정의연)와 ‘나눔의집’ 관련 문제들을 놓고 갈등을 벌이다 자칫 공든 탑이 무너지는 일이 생겨서는 안 된다고 국민에게 호소했다.
대한불교조계종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원불교, 천도교 등 5대 종단 지도자들은 20일 ‘역사바로세우기를 위한 종교인 호소문- 바다가 고요할 때 폭풍우를 대비하십시오’를 함께 발표했다.
이들은 호소문에서 “정의연과 나눔의집의 역사는 여성인권 운동이자 평화 운동이며 ‘역사바로세우기’ 운동”이라고 정의했다. “이 일에 직접 참여하지 못하는 우리의 송구한 맘을 담아서 함께 거친 바다를 꿋꿋하게 항해하는 배”라고도 했다. 그러면서 “모두의 염원을 담은 배가 항해를 무사히 마치고 반드시 목적지까지 닿을 수 있도록 도와야 할 책임이 우리에게 있다”고 했다.
물론 불거진 문제는 해결돼야 한다는 게 이들의 기본 인식이다. 이들은 “현재 정의연에 대해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회계나 운영에 대한 문제가 있다면 바로 잡아야 함이 마땅하다”며 “생존자 할머니의 안락한 보금자리로 시작한 나눔의집을 둘러싼 운영 문제 역시 사실관계가 조속히 확인돼야 한다. 이를 위한 후속 조치도 시행돼야 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우리는 그 결과를 차분히 기다려야 한다. 그에 따라 공정하고 명확하게 문제를 해결하면 된다”고 했다.
이들은 “결과를 기다리는 동안 우리는 한 가지 질문을 우리 자신에게 던진다”며 “뜻있는 시민들이 헌신적으로 연대했음에도 정의연의 설립 목적인 일본의 사과와 보상, 할머니들의 명예 회복은 더디기만 한데 우리는 그동안 무엇을 하고 있었는가. 깊은 반성과 죄송한 마음이 겹겹이 쌓여온다”고 했다. “일본 정부와 친일 세력, 역사수정주의자들을 책망했어야 마땅했지만, 우리는 이 문제를 정의연과 나눔의집에 위임했다는 생각에, 많은 관심과 애정으로 참여하지 못했다”고도 했다.
이들은 “‘정신대문제대책’과 ‘역사바로세우기’는 종교계의 새로운 화두가 될 것이나 제 단체들에 대한 의혹 때문은 아니다. 자신들에게는 역사의 과오가 없다고 부정하는 일본 정부와 그 책임을 우리 민족에게서 찾으려는 역사수정주의자들의 모략이 명백한 잘못이기 때문”이라며 “우리는 자신의 게으름과 부족함을 채찍질하며 더욱 진실하게, 옳음을 향해 더욱 굳센 걸음을 내딛겠다”고 밝혔다.
이어 “더 이상 생존해 계신 할머니들과 몇몇 단체와 활동가만이 인류의 오류를 바로잡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이 일, 이 크고 무거운 짐을 지고 아파하지 않도록 우리 종교인은 물론 모든 국민이 힘을 모아야 한다”며 “역사의 긴 흐름으로 살펴보면 우리 모두 이 일의 당사자다. 생존자가 사라지면 이 문제도 종결될 것이라는 생각은 헛된 망상”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서로 탓하며 맞설 때가 아니다. 잘못이 있다면 고치고, 함께 살아갈 내일을 준비하자”며 “그 어떤 이유로도 생존자 할머니들과 우리 사회가 함께 쌓아 올린 공든 탑이 무너지지 않도록, ‘역사바로세우기’가 좌절되지 않도록 힘을 모아달라”고 당부했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