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선, 이 법을 말하다] <5>김예지 미래한국당 당선자
“장애예술인은 장애와 예술로 이중 혜택을 입는 사람이 아니다. 오히려 장애인 복지와 예술인 지원 모두에서 배제가 가능한 사람들이다.”
시각장애인 피아니스트로 4ㆍ15 총선에서 당선된 김예지 미래한국당 비례대표 당선자는 1호 법안으로 ‘장애예술인 지원법’(장애예술인 문화예술 활동 지원에 관한 법률) 개정을 준비 중이다. 공연 기회가 적고 지원에 대한 정보도 부족한 장애예술인들의 창작 활동을 지원하기 위한 법이다.
2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장애예술인 지원법에서 빠진 내용이다. 소관 상임위인 문화체육관광위 논의 과정에서 창작 지원금 지급이 장애수당 등 기존 지원금과 성격이 겹친다는 이유로 빠졌다. 이에 대해 김 당선자는 “창작 지원금은 예술인의 창작 활동을 지원하는 창작 활동비 성격이고, 장애수당은 국민기초생활보장법 대상자에게 지원하는 사회수당 제도로 성격이 다르다”며 “기금마련과 지원을 위한 입법개정을 검토하겠다”고 강조했다.
실제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의 ‘2018 장애인 문화예술활동 실태조사 및 분석연구’에 따르면 장애예술인의 평균 활동기간은 7.6년에 불과할 정도로 짧다. 예술활동 관련 지원을 받은 적이 없다고 응답한 이들도 62%에 달했다.
김 당선자는 이를 위해 여당 의원과도 협력도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미래한국당의 모(母) 정당인 미래통합당까지 더해도 보수 야당의 의석수가 103석에 불과한 상황이라 독자적으로 법안을 관철시키기 어렵다는 상황을 알고 있다. 그는 “편견을 가지고 접근하면 상대방도 편견을 가지고 다가온다”며 “소수자 보호 문제엔 여야와 진보ㆍ보수가 따로 없다”고 말했다.
이런 생각 때문인지 김 당선자는 국회 입성 전부터 초당적인 움직임에 힘을 보태고 있다. 1일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서 ‘덕분에 챌린지’(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에 대처하는 의료진에게 존경을 표하는 수어 영상을 올리는 것) 다음 순번으로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당선자를 지목한 것이나, 지난달 김 당선자의 안내견 ‘조이’의 국회 본회의장 출입이 논란이 됐을 때, 자신을 지지해준 이석현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정의당에 “감사하다”고 밝힌 것도 이런 맥락이다.
김 당선자는 “법안 발의도 중요지만 (사회적 소수자 등을 위해) 기존에 있는 법안의 취지를 잘 활용할 수 있는 ‘길잡이’ 역할도 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 당선자의 안내견 ‘조이’의 본회의장 출입을 두고 일어난 논란이, 역으로 시각장애인 안내견에 대한 관심을 기울이는 계기가 됐던 경험 때문이다. 김 당선자는 “주변의 시각장애인 동료들이 ‘전에 안내견 출입을 10번 거절당했다면 이제는 1번만 거절당한다’고 한다”며 “제 경험을 통해 많은 분들이 (공공시설에) 안내견 출입을 막아선 안 된다는 점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김 당선자는 20일 제21대 초선의원 의정연찬회 당시 국회 본회의장에 ‘조이’와 함께 입장해 눈길을 끌었다.
홍인택 기자 heute128@hankookilbo.com
■김예지 당선자는
여성 시각장애인 최초 국회의원이다. 선천성 망막색소변성증으로 1급 시각장애 판정을 받았지만 숙명여대에서 피아노를 전공했고, 미국 위스콘신대에서 음악예술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시각장애인 음악가 단체인 ‘유니온앙상블’ 예술감독과 모교인 숙명여대 피아노교수학 초빙대우 교수, 한국장애인예술인협회 이사 등을 지냈다. 지난해 제39회 장애인의 날 ‘올해의 장애인상’을 받았다. 바이애슬론 선수로도 활약한 바 있다.
■김 당선자 ‘1호 법안’은
장애예술인진흥기금 설치를 골자로 하는 장애예술인 문화예술 활동 지원에 관한 법률(장애예술인 지원법) 개정안이다. 열악한 환경에 놓여 있는 장애예술인들의 창작 활동을 기금을 조성해 지원하겠다는 취지다. 나경원 통합당 의원이 2016년 발의한 법안에는 장애예술인진흥기금 설치 조항이 포함돼 있었지만 지난 7일 국회 소관 상임위인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 빠진 채 20대 국회에서 통과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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