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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주장 ‘지자체 노동경찰’, ILO 회원국에 없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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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주장 ‘지자체 노동경찰’, ILO 회원국에 없는 이유

입력
2020.05.22 01:00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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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감독 권한 지자체 이양, 협약에 어긋나

이재명(오른쪽) 경기도지사가 지난 3일 오후 경기도 이천시 창전동 서희청소년문화센터에 마련된 한익스프레스 물류창고 화재 합동분향소에서 헌화하고 있다. 이천=뉴스1
이재명(오른쪽) 경기도지사가 지난 3일 오후 경기도 이천시 창전동 서희청소년문화센터에 마련된 한익스프레스 물류창고 화재 합동분향소에서 헌화하고 있다. 이천=뉴스1

고용노동부의 근로감독 권한을 지방자치단체에 이양해야 한다는 주장에 불이 붙었다. 경기 이천시 물류창고 화재 참사를 계기로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지방정부 노동경찰제 도입”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지사는 이번 참사가 “이득을 위해 안전규칙을 제대로 지키지 않아 생긴 것”이라며 “현장에서 산업안전수칙을 지키도록 관리감독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21일 경기도에 따르면 도는 지난 20일 노동안전대책을 수립하고 지방정부 노동경찰제 도입을 위해 다음 국회에 법 개정을 요구할 계획이다.

근로감독권 지방이양은 2000년대 후반부터 꾸준히 제기된 이슈다. 근로감독 수요는 늘고 있지만, 감독관 인력난은 여전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기준 근로감독관 한 명이 담당한 사업장 수는 2,115곳. 더욱이 노동법 위반 신고사건 수는 2014년 33만여건에서 지난해 38만여건으로 늘었다. 이렇다 보니 지난해 근로감독은 전체 400만개 사업장 중 2만여곳(0.2%)에만 이뤄졌다. 이에 이 지사는 물론 박원순 서울시장도 근로감독권을 지자체와 나눠 인력난을 해소하고 근로감독을 활성화하자고 주장한다. 20대 국회에서는 신창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관련 내용을 담은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정부는 그러나 근로감독권 지방이양이 근로감독에 관한 국제노동기구(ILO) 협약(제81조)에 어긋난다며 난색을 표한다. 협약은 ‘근로감독관은 회원국의 행정관행에 반하지 아니하는 한 중앙기관의 감독 및 관리 하에 두어야 한다’고 규정한다. 근로감독이 통일된 기준에 따라 일관성 있게 수행돼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근로감독관이 관할 지역과 유착해 부정부패를 일으키는 것을 방지하자는 취지도 있다. 협약이 국내법과 같은 효력이 있는 만큼 법체계상 혼선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실제 이 협약을 비준한 ILO 회원국 중 지방정부에 근로감독권을 둔 국가는 없다. 그리스, 이탈리아 등에서는 1990년대에 지자체에 근로감독권을 부여하려 했으나 ILO의 시정조치로 다시 중앙정부에 환원했다. 국회입법조사처도 지난해 신창현 의원의 발의안에 대해 “사업주와 노동자가 상이한 지역에 거주하는 사례도 있어 자치단체가 근로감독을 수행하기 부적절하다”며 현행 법체계와 부합하지 않는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그럼에도 근로감독관 인력난과 반복되는 산업현장 인재(人災)는 중앙정부가 풀어야 할 숙제다. 고용부 관계자는 “근로감독관은 신고사건 등 문제가 분명한 사업장을 우선적으로 관리하고, 수시 근로감독의 경우 사업체의 예방노력을 장려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며 “전문성을 갖춘 근로감독관을 계속 충원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세종=신혜정 기자 are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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