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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시스템 반도체 승부수... 평택 파운드리 공장에 9조 투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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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시스템 반도체 승부수... 평택 파운드리 공장에 9조 투입

입력
2020.05.22 04:30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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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오른쪽에서 네 번째)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해 8월 천안사업장의 반도체 패키징 생산라인을 점검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이재용(오른쪽에서 네 번째)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해 8월 천안사업장의 반도체 패키징 생산라인을 점검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가 경기 평택사업장에 극자외선(EUV)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시설을 구축한다. 9조원대로 추산된 이번 투자는 시스템반도체 세계 1위 등극을 주창해 온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반도체 비전 2030’의 일환이다. 업계에선 미국의 화웨이 제재 여파로 파운드리 ‘절대 강자’인 대만 기업 TSMC의 아성이 흔들리는 상황에서 ‘추격자’인 삼성전자가 꺼내든 승부수란 관측도 나온다.

삼성전자는 평택사업장에 신설 중인 반도체 공장(P2 라인)에 EUV 공정이 적용되는 파운드리 시설을 갖추기로 결정하고 이달 관련 공사에 착수했다고 21일 밝혔다. EUV 공정은 파장이 짧은 극자외선으로 반도체 기판에 회로를 새기는 첨단 초미세공정으로, 저전력에 처리속도는 빠른 고성능 칩 제작이 가능하다. 내년 하반기 본격 가동될 새 시설에선 회로 폭 5나노미터(㎚·10억 분의 1m)급 칩 양산 능력을 갖추고 팹리스(반도체 설계 회사)에서 주문 받은 시스템 반도체 제품을 생산하게 된다.

그간 P2 라인은 삼성전자가 세계 1위를 차지하고 있는 메모리반도체(D램, 낸드플래시) 증산을 위한 공장으로 알려졌던 터여서 이번 발표를 두고 ‘전격적’이란 평가도 나온다. 실제 지난 3월 삼성전자는 올해 하반기부터 이 라인에서 EUV 공정을 적용한 D램을 양산하겠다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김선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P2 라인 2개층 가운데 당초 낸드플래시 생산에 할당됐던 하층부를 파운드리 시설로 변경한 걸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번 투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을 포함한 어려운 대내외 여건 속에서도 이 부회장의 강력한 주문에서 실행됐다는 후문이다. 이 부회장이 지난해 4월 발표한 ‘반도체 비전’은 이번 결단의 나침반 역할을 했다. 당시 이 부회장은 “2030년까지 133조원을 투입해 시스템 반도체 부문에서도 세계 1위를 달성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메모리 반도체보다 시장 규모가 큰 데다 5세대(5G) 통신, 고성능 컴퓨팅(HPC), 인공지능(AI) 등 기술 발전에 따라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시스템반도체를 미래 주력사업으로 제시한 것이다.

중국 최대 정보통신기술(ICT) 기업 화웨이에 대한 미국 정부의 반도체 수급 차단 여파로 TSMC의 입지가 흔들리고 있는 점도 삼성이 과감한 투자에 나선 배경으로 풀이된다. 화웨이는 TSMC 전체 매출의 10~15%를 차지하는 대형 고객인 터라, 이번 제재 국면은 세계 파운드리 2위 기업 삼성전자가 시장을 확장할 기회로 평가 받는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인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세계 파운드리 시장점유율에서 1위인 TSMC는 54.1%를, 2위인 삼성전자는 15.9%를 각각 기록했다. 1위와 격차가 상당하지만 삼성전자 입장에선 그만큼 성장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이 부회장은 이번 발표에 맞춰 “어려울 때일수록 미래를 위한 투자를 멈춰서는 안 된다”는 메시지를 냈다. 삼성은 새 파운드리 설비 구축에 따르는 비용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지만, 업계에선 9조원대에 달할 것으로 점치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 역시 “지난 2월부터 화성사업장에서 가동 중인 EUV 전용 라인(V1 라인)에 60억달러(7조4,000억원)가 투입됐는데 이번 프로젝트 투자액은 이보다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도체 비전 선언 이후 삼성전자의 시스템반도체 관련 투자는 가속화하고 있다. 지난해 상반기 화성 S3 라인에 EUV 장비를 설치해 업계 최초로 EUV 기반 7㎚ 칩을 양산했고, EUV 전용 V1 라인에선 올해 하반기부터 5㎚ 칩을 생산할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올해 초미세공정 칩(7㎚ 이하)의 생산 규모를 지난해보다 3배 늘릴 방침인데, 내년 P2 라인 내 파운드리 설비까지 가동되면 생산량은 더 가파르게 증가할 전망이다.

이훈성 기자 hs0213@hankookilbo.com

삼성전자는 경기 평택사업장에 신설 중인 반도체 공장(P2 라인)에 극자외선(EUV) 기반 파운드리 생산 시설을 갖추기로 결정하고 이달 관련 공사에 착수했다고 21일 밝혔다. 사진은 평택사업장 항공사진으로 오른편 2개 건물이 P2 라인이다.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는 경기 평택사업장에 신설 중인 반도체 공장(P2 라인)에 극자외선(EUV) 기반 파운드리 생산 시설을 갖추기로 결정하고 이달 관련 공사에 착수했다고 21일 밝혔다. 사진은 평택사업장 항공사진으로 오른편 2개 건물이 P2 라인이다. 삼성전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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