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항공자유화조약(Open Skies Treaty)’ 탈퇴 의사를 회원국에 통보했다고 미 언론이 보도했다. 지난해 러시아와의 중거리핵전력조약(INF) 탈퇴에 이어 군축과 관련된 미국의 또 다른 국제조약 이탈이다.
21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러시아는 이 조약을 준수하지 않았다”며 “그래서 그들이 준수할 때까지 우리는 철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도 이날 성명을 통해 “미국은 내일 항공자유화조약에서 탈퇴하기로 한 결정의 통지서를 조약예탁국들과 다른 모든 당사국들에 제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폼페이오 장관은 내일부터 6개월이 지나면 미국은 더는 조약의 당사자가 되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러시아가 조약의 완전한 준수로 복귀한다면 우리의 탈퇴를 재고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2002년 1월 발표된 항공자유화조약은 미국과 러시아 등 34개국이 가입해 있다. 이 조약은 가입국의 군사력 보유 현황과 군사 활동 등에 대한 국제적 감시와 투명성 확보를 위해 회원국 간의 상호 자유로운 비무장 공중정찰을 허용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이 조약에 따라 지금까지 1,500회 이상의 비행이 이뤄졌다.
통신은 미국이 이 조약에서 탈퇴하면 러시아와의 관계를 긴장시키고 유럽 동맹국들도 화나게 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당장 북대서양조약기구(NATOㆍ나토)는 이날 회원국을 상대로 긴급 회의를 예고했다. 러시아도 미국의 항공자유화조약 탈퇴 발표를 즉각 비난하고 나섰다. 리아노보스티 통신에 따르면 알렉산드르 그루슈코 러시아 외무차관은 “우리는 기술적인 문제를 이유로 이 근본적 협정 탈퇴를 정당화하려는 어떤 시도도 배격한다”고 밝혔다. 그는 “만약 조약 탈퇴가 이루어질 경우 어떤 기술적 문제의 해결도 있을 수 없으며, 이미 20년 이상 유럽의 평화와 안보를 유지하는 데 기여하면서, 모든 요소가 상호 연관된 군사안보체제의 일부가 돼 온 제도 자체도 없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소연 기자 jollylif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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