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미향 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 국회의원 당선자의 의혹과 관련해 검찰 수사가 본격화되며 당 내에서도 사퇴론이 불거졌지만 민주당 지도부는 22일 ‘사실관계가 먼저’라는 입장을 유지했다. 특히 이해찬 대표는 이날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각자 개별적으로 의견을 분출하지 마라”고 함구령을 주문했다.
민주당 최고위원회의는 김영춘 의원이 제기한 ‘진상조사단 구성’ 요구에 입장을 내 놓지 않았다. 김 의원은 전날 페이스북을 통해 “윤미향 진상조사단을 꾸려 의혹진위와 책임이 크기를 가려 결정하는 게 마땅하다”며 “더 늦기 전에 내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신속한 결정을 내려달라”고 했다.
최고위는 대신 사실관계 확인이 먼저이며, 위안부 운동 전체가 폄하되어선 안 된다는 입장을 냈다. 박광온 최고위원은 공개 발언에서 “윤 당선자의 의혹에 대한 사실관계 확인에 시간이 다소 걸리는 틈을 타서 역사왜곡을 시도하는 반민족적 행태가 나타나고 있다”며 “특히 국내 극우 단체와 일본 극우세력이 손잡고 역사왜곡 춤을 추는 데 국민이 분노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남인순 최고위원 역시 “정의기억연대가 검찰 압수수색에 성실히 협조했다”며 “그럼에도 활동가들이 대처할 수 없는 오전 시간에 쉼터에 영장 집행하러 온 경찰의 행위에 유감을 표한다”고 지적했다. 배임, 횡령 의혹을 받는 윤 당선자가 외부 감사를 받겠다고 나섰는데도, 검찰이 예고 없이 압수수색을 강행한 데 불만을 표현한 것이다.
이해찬 대표는 비공개 최고위에서 “일희일비하듯 하나하나 사건이 나올 때마다 대응하는 것은 맞지 않다. 중심을 잡고 지켜보고 사실관계를 다 확인해서 당의 의견을 내는 것”이라며 “개별적으로 의견을 분출하지 마라. 나도 말을 아끼고 있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이형석 최고위원이 전했다. 허윤정 대변인은 “행정안전부 등 제3의 기관의 사실검증이 확인돼서 내용이 낱낱이 밝혀지면 그에 응당한 대응을 하겠다”며 “방향과 진행 상황에 대해 결론을 지은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범여권 내에서도 비판적 발언이 나오는 등 민주당을 향한 압박이 조여오는 분위기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전날 “검증과 공천 책임을 갖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이 계속 뒷짐을 지고 있는 것은 국민이 납득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지용 기자 cdragon2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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