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위안부 피해자 고(故) 심미자 할머니의 자필 일기장 사본이 공개돼 파장이 일고 있다. 이 일기장에서 심 할머니는 정의기억연대(정의연)의 전신인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를 “위안부 피 빨아먹는 거머리”라고 정면으로 비판했다.
25일 주간조선에 따르면 심 할머니는 일기장에서 “정대협은 고양이고, 위안부 할머니들은 생선”이라며 “정대협은 위안부 할머니를 물고 뜯고 할퀴는 쥐새끼 같은 단체”라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대사관 앞에서 데모하는 것도 정대협 먹고 살기 위한 것”이라며 “정대협에 돈을 주면 안된다, 장학금으로 주라”고 밝혔다.
심 할머니는 “윤미향은 언론 매체에 저보고 가짜 위안부, 사기 횡령을 일삼는 여인이라고 매도했다”라며 “사명감으로 일해야 할 공인 시민단체의 간부가 할 수 있는 행위가 아니라고 본다”고 거세게 비난했다. 이어 “(나는) 일본 법정에서 위안부로 인정 받았는데 82세의 노인보고 미친년이라고 할 수가 있나”고 꼬집었다.
정대협과 심 할머니는 과거 일본이 조성한 아시아여성기금 수령 여부를 놓고 갈등을 빚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심 할머니 등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33명은 2004년 1월 세계평화무궁화회 명의로 낸 ‘위안부 두 번 울린 정대협, 문 닫아라’는 제목의 성명에서 “정대협은 위안부 피해자들의 인권 회복과는 정반대의 길을 달려왔다”고 비판한 바 있다. 당시 심 할머니는 정대협을 “당신들은 언제 죽을지 모르는 위안부 할머니들을 역사의 무대에 앵벌이로 팔아 배를 불려온 악당”이라고 주장했다. 심 할머니는 정대협과 대한불교 조계종 ‘나눔의 집’을 상대로 모금행위 및 시위 동원 금지 가처분 신청을 내는 등 위안부 피해자 기부금 관련 문제를 최초로 제기하기도 했다. 당시 법원은 이 신청을 기각했다.
최근에는 심 할머니의 이름이 서울 남산 기억의터에 세워진 조형물 ‘대지의눈’에서 빠진 것으로 확인돼 논란이 되기도 했다. 기억의터는 정대협과 여성계 등 시민단체 중심으로 구성된 추진위원회가 국민 성금을 모아 2016년 서울시와 함께 조성한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추모 공간이다.
이 조형물에는 피해자 할머니 247명의 이름이 가나다순으로 새겨져 있는데, 심 할머니의 이름은 여기에 포함돼지 않았다. 지난 7일 이용수 할머니의 1차 기자회견 이후 이곳엔 심미자 할머니의 이름과 ‘기억할게요’라고 쓰인 분홍색 메모지가 대신 부착돼 있다.
정의연 측은 심 할머니 등 의견이 다른 피해자를 배제해 왔다는 비판에 대해 “정대협과 정의연이 30년간 위안부 피해자들과 함께 운동을 이어오면서 피해자뿐 아니라 활동가들 사이에서도 여러 차례 견해차나 갈등이 발생할 수 있다”라며 “심 할머니의 성명도 이같은 과정에서 불거진 하나라고 본다”고 해명했다.
이승엽 기자 sy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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