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개 입장 촉구하는 목소리 확산… 지도부는 “사실 확인 먼저” 고수
정의기억연대(정의연) 회계부정 및 후원금 유용 의혹이 제기된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당선자가 26일로 8일째 두문불출하고 있다. 윤 당선자의 침묵이 길어지며 여론이 악화하자 ‘함구령’이 내려졌던 민주당 기류도 미묘하게 변하는 분위기다. 민주당 지도부는 ‘사실관계 확인이 먼저’라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지만 윤 당선자의 ‘공개 입장 표명’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확산되고 있다.
김영진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윤 당선자와 정의연이 회계투명성 문제에 명확하게 소명하라는 것이 당의 입장”이라며 “그에 따르는 부분을 정확하게 책임지면 된다”고 말했다. 입장표명 시점과 관련 “빨리빨리 준비해 입장을 밝히라고 얘기하고 있다”고 전했다.
윤 당선자의 잠적이 길어지며 당의 부담도 커지자 적극적인 소명을 공개 요구한 것이다. 윤 당선자는 지난 18일 CBS라디오에 출연해 “자진사퇴 의사가 없다”고 밝힌 뒤 8일째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92)씨가 25일 기자회견에 참석하라고 했지만 윤 당선자는 현장에 나타나지 않았다.
윤 당선자는 현재 의혹 해명을 위한 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 관계자는 “윤 당선자가 본인에게 제기된 아파트 구입 비용과 개인 계좌 모금 문제, 그간의 거래 내역 등을 맞춰보고 있다”며 “해명을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당 내부에서는 윤 당선자가 21대 국회가 개원하는 30일 이후 기자회견을 열 것으로 보고 있다.
당 지도부는 제기된 의혹의 사실관계가 명확히 확인돼야 사퇴 문제를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용수씨가 기자회견에서 윤 당선자의 사법처리를 강하게 요구했지만 새롭게 제기된 의혹은 없다는 판단이다. 박성준 원내대변인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당의 일관된 입장은 행정안전부와 여성가족부, 국세청 등의 조사 결과를 보고 판단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날 공개 해명 요구가 제기되면서 당도 ‘거리두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윤 당선자가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해 국회에 입성했지만, 정작 위안부 피해자의 비판을 받으면서 대표성을 상실했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강창일 의원은 이날 MBC라디오에서 “시민운동 활동을 하다가 정치권에 온 것이 근본적인 문제이며, (그 선택에) 별로 박수를 치고 싶지 않다”며 “한일 양국 간 문제로까지 번지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일종의 책임을 쳐야 하는 부분이 있다”고 비판했다.
정지용 기자 cdragon2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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