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 보복 등 경제 전면전 부담에 일단 ‘중국 포위’ 외교 카드
“G7, 시대에 뒤떨어진 집단” 인도 호주 러시아 등 4개국 초청 의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올해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를 ‘중국 포위 무대’로 삼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현재는 중국의 홍콩 국가보안법 제정 강행에 대해 홍콩의 특별지위 박탈 절차를 시작하겠다는 엄포만 놓은 상태다. 이를 감안하면 무역전쟁 재개라는 최악의 상황은 피하면서도 외교ㆍ군사ㆍ첨단기술 등 전방위적인 압박의 고삐는 계속 당기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30일(현지시간) 올해 G7 정상회의에 한국ㆍ러시아ㆍ호주ㆍ인도 등 4개국을 초청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고 미 언론들이 전했다. 그는 “지금의 G7은 세상에서 벌어지는 일을 제대로 대변하지 못하며 시대에 뒤떨어진다”고 지적했다. 또 내달로 예정됐던 개최 시기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감안해 유엔총회가 열리는 9월 또는 미국 대선이 치러질 11월 이후로 미뤘다.
이번 ‘깜짝 발표’에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 견제 의도가 짙게 깔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초청 대상에 미국의 인도ㆍ태평양 전략의 핵심축인 인도ㆍ호주와 함께 동참 압박을 받고 있는 한국이 포함됐기 때문이다. 실제 백악관 측이 이들 국가의 초청 이유를 “중국의 미래에 대응할 방법을 논의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러시아의 경우 진작부터 트럼프 대통령은 G8(G7+러시아)으로의 재편을 주장해왔다.
코로나19 책임론과 홍콩보안법을 둘러싸고 미중 갈등이 격화하는 상황에서 미국이 ‘외교적’ 카드를 꺼내든 건 당장 중국과 경제 전면전에 나서기에는 적잖은 부담이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전날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관세 부과나 1단계 무역합의 파기, 홍콩 특별지위 즉시 박탈 등 초강수 보복 조치는 내놓지 않았다. 그나마 인민해방군과 연계된 중국 유학생 비자 발급 취소, 세계보건기구(WHO)와의 관계 단절 정도였다. 이는 홍콩에 대한 강경 조치가 자국 경제에 역풍으로 작용할 가능성, ‘대화’를 강조하는 유럽 동맹국들의 유보적인 태도 등을 감안한 결과로 풀이된다.
당장 최악으로 내달리진 않았지만 미중 간 전방위 충돌은 당분간 계속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무역ㆍ기술ㆍ이념 등 미중의 경쟁적인 이해관계를 감안할 때 긴장은 앞으로 더 고조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홍콩과기대의 데이비드 츠바이크 중국초국가관계센터 소장은 “아무도 전쟁을 원하지 않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11월 대선을 앞두고 온건한 입장을 취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국이 홍콩 문제와 관련해 일단은 외교ㆍ정치적 압박 선에서 그쳤지만, 남중국해나 대만 문제와 관련해서는 군사력을 동원한 압박도 불사할 것이란 얘기가 적지 않다. 직접적인 무력충돌까지 가지 않더라도 군사력에선 여전히 압도적인 우위에 있는 만큼 대중 압박 측면에서의 효과가 상당할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은 중국이 홍콩보안법 초안을 통과시킨 당일 남중국해에 구축함을 파견해 무력시위를 벌였고, 대만에는 최근 추가로 미사일 판매를 추진하고 있다.
물론 첨단기술 전쟁은 미국이 결코 양보할 수 없는 분야다. 미 경제 전문매체 CNBC는 “미중 관계가 악화되는 상황에서 미국 입장에선 제품 판매와 부품 공급 모두 대중 의존도가 높은 기술분야가 중국의 보복에 가장 취약한 부분 중 하나일 것”이라며 이를 서둘러 상쇄하려는 미국의 움직임이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했다.
최나실 기자 veri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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