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은퇴한 안내견 미담이가 무지개 다리를 건넜다는 연락을 받았다. 열 여섯의 나이였으니 사람으로 치면 여든이 넘었고 몇 달 전부터 상태가 좋지 않았다는 이야기를 들었던 터다. 하지만 미담이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은 역시 마음 한편을 헛헛하게 했다.
미담이와의 인연은 8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안내견이 실제 어떻게 활동하는지 알아보기 위해 6년 차 베테랑 안내견으로 활동하던 미담이와 파트너인 영어 교사 김경민씨를 만났다. 당시 미담이는 걸음이 생각보다 빨랐고, 활동적인 성격이었던 게 기억에 남는다. 사진촬영을 위해 여러 차례 반복해서 같은 길을 걸었어야 했는데 기특하게 잘 해냈던 것도 떠오른다. 안내견학교에 따르면 미담이는 환경에 민감하고 성격도 좀 급한 편인데 머리가 좋아 장애물 피하기, 지하철 타기 등 어려운 과제를 잘 수행하면서 안내견으로 발탁된 경우라고 했다.
미담이는 1세대 안내견 스타였다. 최근에는 안내견 조이가 국회에 입성한 첫 견공으로 주목 받고 있지만 미담이는 그에 앞서 각종 방송과 뉴스를 섭렵했던 안내견 계의 ‘셀럽’이었다.
미담이가 유명하게 된 계기는 학교와의 깊은 인연이다. 김씨가 숙명여대 문과대학을 7학기 만에 수석 조기 졸업하는 동안, 또 인왕중 교사로 활동한 4년을 합쳐 무려 7년 반이나 학교를 다녔다.
2010년 여름 대학 졸업 당시에는 미담이도 김씨와 함께 학위복을 입고 단상에 올라 화제가 됐다. 대학 측이 미담이의 공로를 인정해 준 결과였다. 김씨가 교사가 된 이후에도 미담이는 동네 마을버스 기사와 학생들로부터도 늘 인기였다. 2014년 겨울 열 살에 은퇴를 한 미담이의 마지막 등굣길에는 많은 이들이 눈시울을 붉혔다.
미담이가 은퇴 이후에는 어떤 집에 가서 어떻게 살지 궁금해져 당시 은퇴 가정을 찾았다. 미담이를 보듬어 준 가족은 12년간 매주 한 차례씩 안내견들의 목욕과 급식, 청소 자원봉사를 해 온 최선경씨였다. 이미 2004년 고관절 수술로 안내견이 되지 못한 나무와 안내견과 함께 지내던 고양이 뭉치, 뭉크를 입양했던 가족이었다. 사실 미담이를 입양해준 가족에게 너무 고마웠다. 평생을 사람하고 같이 지냈는데 받아줄 곳이 없어 다시 안내견학교로 돌아가야 한다면 속상했을 것 같았다. 그렇게 미담이는 안내견이 아닌 반려견으로서 5년을 더 살았다.
미담이를 마지막으로 본 건 지난 겨울. 맑은 눈빛은 그대로였지만 기침을 하는 것도, 몸을 일으켰다 다시 눕는 것도 힘들어 하는 게 느껴졌다. 미담이가 맛있는 것만 골라 먹으려 해 걱정이라고, 조만간 다시 만나자는 이야기를 미담이 보호자와 나누었는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결국 그 약속은 지키지 못한 게 아쉬움으로 남는다.
미담이는 김경민씨의 눈과 벗이 되어주었고, 최선경씨의 막내 가족이 되어주었다. 또 시각장애인의 어려움과 안내견을 알리는 일등공신으로서 많은 이들에게 추억과 기쁨을 안겨주었다. 이제 미담이에게 말해주고 싶다. 그동안 고생했다고, 고마웠다고. 너는 훌륭한 안내견이자 반려견이었다고.
고은경 기자 scoopk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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