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및 국제유가 하락의 영향으로 8개월 만에 다시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다만 ‘집밥’과 긴급재난지원금 효과로 돼지고기 등 축산물 가격은 크게 올랐다.
2일 통계청의 ‘5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1년 전보다 0.3% 하락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은 지난해 9월(-0.4%) 이후 8개월 만이며, 1965년 통계 작성 이래 두 번째다.
마이너스 물가의 최대 요인은 유가 급락이었다. 석유류 가격은 1년 사이 18.7% 떨어지며 전체 물가를 0.82%포인트 끌어내렸다. 안형준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국제유가는 약 4주 시차로 국내 석유류에 반영된다”며 “최근 국제유가가 반등했지만, 1년 전보다는 여전히 낮아 앞으로도 물가 하락 요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로 인한 생활패턴 변화도 저물가를 불렀다. 외출을 꺼리면서 서비스 물가가 전년 대비 0.1% 올랐는데, 이는 외환위기 때인 1999년 12월 이후 20년 5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외식 서비스 물가는 2012월 12월 이후 최저치인 0.6% 오르는 데 그쳤다. 통계청 관계자는 “매년 2%씩 상승하던 외식 물가가 0.6%에 그친 것”이라며 “각종 여행 관련 서비스 가격도 낮아져 물가 상승에 한계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반면 코로나19로 가격이 급등한 품목도 있었다. 돼지고기와 국산 소고기 가격은 전년 동월 대비 각각 12.2%, 6.6% 올랐다. 특히 돼지고기는 지난달 실시된 세 차례 조사에서 매번 가격이 상승했다. 집밥을 먹으며 국산 돼지고기를 찾는 사람이 늘어난 데 더해, 5월 중순부터 본격 지급된 재난지원금이 가격 상승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다.
실제 이날 농림축산식품부가 발표한 ‘돼지고기 가격 수급 동향 및 전망’에 따르면, 지난달 냉장 삼겹살의 소비자가격은 평년 대비 12.5%, 전년 대비 15.0% 오른 100g 당 2,273원으로 집계됐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돼지고기 공급도 함께 늘었지만, 수요가 더 크게 늘고 있다”면서 “특히 삼겹살 등 선호부위가 전체 돼지고기 가격을 끌어올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세종=손영하 기자 froze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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