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대형 입시학원이 경기 고양시 일산신도시에서 진행한 의대 입학설명회에 현직 입학사정관이 연사로 참여한 사실이 확인됐다. 각 대학의 학생부종합전형에서 학생을 심사하는 입학사정관은 입시 공정성을 위해 퇴직 후 3년간 학원 또는 입시상담 업체를 설립하거나 취업할 수 없지만 정작 ‘현직’에는 이 같은 규제가 적용되지 않는다.
4일 사교육걱정없는세상(사걱세)에 따르면 A입시학원은 지난달 11일 일산지역 학부모와 재수생을 대상으로 ‘의대특집 시리즈’ 입학설명회를 개최했다. B대학의 현직 입학사정관은 이 설명회에 참석해 ‘입학사정관이 서류 평가하는 방법’, ‘자소서 면접의 합격·불합격 사례’ 등을 소개했고, 해당 학원은 이런 내용을 학원 홈페이지와 블로그를 통해 알렸다.
공교육 정상화를 위해 2009년 입학사정관제가 도입됐지만, 이를 겨냥한 사교육 시장이 형성됨에 따라 고등교육법에서는 입학사정관 퇴직 후 3년간 학원 또는 입시상담 업체를 설립하거나 취업할 수 없도록 규제한다. 이에 더해 올 3월에는 소규모 교습소까지 규제 대상이 늘었다.
그러나 현직에 관한 활동 규제는 없고, 다만 현직 입학사정관이나 그 배우자로부터 학원과 과외교습을 받은 학생이 해당 대학에 진학할 경우 입학사정관을 학생 선발 업무에서 배제하도록 하고 있다. 이에 일부 대학은 자체적인 윤리강령을 마련해 재임 중 사정관 직무와 관련한 정보를 사교육 업체, 특정인에게 유출해선 안 된다는 규정을 마련했다.
A학원 관계자는 “현행법상 현직 입학사정관의 입시설명회 참여를 제한하고 있지 않다”면서 “서울 대치동 일대 재수생 대상 입학설명회에 현직 입학사정관이 참여하는 일이 빈번해 일산 지역 재수생이 입시정보에서 소외돼 대가성 없이 행사를 열었다”고 해명했다.
사걱세는 현직 입학사정관이 학교 등 공공기관이 아닌 사교육업체를 통해 입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대가성 유무와 상관없이 입시정보 격차를 야기하고 사교육 참여를 부추길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신소영 사걱세 정책대안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입학사정관의 교육적 사명과 책임 측면에서 당연히 입법 조치를 취해야 하고, 입법 후에도 교육부가 입학사정관 활동을 적극적으로 관리 감독할 책무가 있다”고 말했다.
이윤주기자 miss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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