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송환법 무산 등 시위 성과
14일 총파업ㆍ동맹휴학 전략으로
입법회 과반 목표… 9월 선거 촉각
홍콩 민주화 시위가 9일로 1년을 맞는다. 지난해 시위대는 범죄인인도법(송환법)을 무산시키고 입법의원(우리의 구의원) 선거에서 압승하며 기세를 올렸다. 하지만 중국과 홍콩 정부가 추진해온 국가(國歌)법이 통과된 데 이어 처벌 규정을 대폭 강화한 국가보안법 제정이 임박하면서 대규모 집회는 여의치 않은 상태다.
이에 범민주진영은 일단 전략을 바꿨다. 14일로 예고한 노동계 총파업과 학생단체의 동맹휴학에 초점을 맞췄다. 노동계는 조합원 투표를 통해 사흘간 1단계 총파업에 나설 예정이다. 파업에는 23개 노조가 찬성 의사를 밝혔고, 조합원 3,200여명이 속한 공무원노조도 포함돼 있다. 학생 단체도 “여름방학 이전에 홍콩보안법에 반대하는 행동에 돌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위기감을 느낀 패트릭 닙 공무원사무장관은 “홍콩 공무원은 중국 공무원 시스템의 일원”이라며 “정부 정책을 지지하는 것은 공무원의 책임”이라고 촉구했다. 18만명 공무원 전체로 보면 파업 참여 조합원이 많지 않은 규모이지만, 공직사회가 요동칠 것을 우려해 사실상 충성맹세를 강요하며 압박한 것이다. 홍콩 정부도 “파업ㆍ휴학 찬반 투표는 법에 어긋나는 것”이라며 “학생들을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말라”고 비판했다.
민주진영은 파업과 봉쇄로 세를 규합해 정부에 일격을 가한 전례가 있다. 지난해 8월 공항을 점거해 사흘간 항공기 이착륙을 사실상 차단하며 전 세계에 시위대의 주장을 알렸고, 이어 9월 초에는 공항 가는 길목과 지하철역 등 대중교통을 틀어막아 경찰과 팽팽하게 맞섰다. 특히 중국 인민해방군 투입 가능성이 지속적으로 거론되던 상황에서 경찰이 청소년을 향해 실탄 총격을 가하자 오성홍기를 불태우는 등 시위가 과격하게 번졌다. 이후 결집된 여론을 바탕으로 11월 입법의원 선거에서 민주진영은 선거구 18곳 가운데 17곳을 싹쓸이하는 개가를 올렸다.
하지만 보안법 등 시위대를 옭아맬 족쇄가 강화되면서 시선은 다시 9월 입법회(우리의 국회) 선거로 향하고 있다. 구의회를 장악한 것만으로는 정부 정책에 영향을 미칠 수 없다는 한계를 절감한 탓이다. 입법회 70석 가운데 과반 이상 확보가 목표다. 현재는 친중파가 43석을 차지하고 있다. 지난 1년간 체포된 인원만 8,981명에 달한다. 2014년 우산혁명을 주도했던 베니 타이 이우팅 홍콩대 교수는 8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홍콩 정부는 민주진영 출마자들의 자격을 박탈하려 들 것”이라고 우려했다. 실제 지난해 입법의원 선거에서 반정부 시위를 주도해온 조슈아 웡은 끝내 출마하지 못했다.
베이징=김광수 특파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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